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2월 28일 - 우리 문학을 독자적으로 해석한 책

튼씩이 2018. 2. 28. 10:38

동해 바다 바로 비단결 같이 고와져


다시 태양을 받아 청명해지며

이무기 ․ 용 ․ 새우 ․ 게 그 생리를 즐기노라

임의 성스러운 덕택 속에 놀아 헤엄치게 할꼬



이는 석재 박효수(石齋 朴孝修)의 시로 《동문선》 7집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한시 ‘흥해송라도중관해도(興海松蘿途中觀海濤)’는 고려 말 문신이자 시인인 석재 선생이 영일만 풍광에 매료되어 지은 것으로 포항시 흥해읍 오도리 사방기념공원 관해루 아래 세워진 시비 속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스님 29명과 저자를 밝히지 않은 작품을 포함해서 모두 500명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이 실려 있는《동문선》은 1478년(성종 9) 2월 28일 서거정(徐居正)과 강희맹 같은 학자들이 편찬한 130권 45책으로 우리나라 역대 시문선집입니다.



《동문선》은 이 책 외에도 1518년에 신용개(申用漑) 등이 편찬한 것과 1713년 송상기(宋相琦) 등이 편찬한 것 등 모두 세 종류가 편찬되었는데 서거정의 것을 정편(正編) 《동문선》, 신용개의 것을 《속동문선(續東文選)》, 송상기의 것을 신찬(新撰) 《동문선》이라고 구별하여 부르기도 합니다.



《동문선》은 문체의 종류만도 55종이나 되어 중국의 《문선(文選)》 39종보다 많으나 성현(成俔)은 “이것은 정선(精選)한 것이 아니고, 유취(類聚)한 것이다”라고 했고 이수광(李睟光)은 “《동문선》의 작품 선정은 범위는 넓으나 주선자(主選者)가 좋아하고 싫어함에 따라 취사되었다”며 공평성이 부족함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삼국시대 이래 조선 초까지의 문학 자료를 나름대로 책 한 권에 집대성했다는 점과 우리 문학을 독자적인 것으로 인식했다는 점은 높이 사고 있으며 신라 ․ 고려시대의 기록과 도교, 불교 관계 자료는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