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먹는 밀가루는 대부분 서양에서 수입된 것들입니다. 토종 우리밀이라고 해봤자 생산량은 1%가 될까 말까 한 정도입니다. 1970년대만 해도 농촌에 가면 보리와 함께 밀이 자라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지요. 미국산 잉여농산물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우리 밀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것이 1989년 농민 12명이 종자 한 가마로 시작한 우리 밀 운동이 결실을 보면서 조금씩 생산량이 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 토종밀은 키가 50~80cm로 앉은뱅이밀이라고 하지요. 1933년에 펴낸 《조선 주요 작물의 품종명》이란 책에는 이 앉은뱅이밀이 지방에 따라 밀양, 자소맥, 난쟁이밀과 같이 10여 가지나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앉은뱅이밀은 키가 작고 줄기가 굵어 바람에 잘 쓰러지지 않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서양 밀에 견주어 고소한 것이 일품이라고 하지요.
이 앉은뱅이밀을 1905년 즈음 일본인들이 가져가 ‘달마’라는 이름으로 개량하고 1936년에는 농림 10호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를 미국의 생물학자인 사몬 박사가 1945년 미국으로 가져가 녹색혁명의 바람을 일으킨 ‘소노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재배하고 있는 밀의 90%가 이 앉은뱅이밀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것이라니, 이제라도 우리 것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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