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5월 26일 - 보릿고개 이야기 넷, 쑥버무리

튼씩이 2018. 5. 26. 14:15

봄이 오면 들판에 나물을 캐는 아낙들이 많습니다. 아낙들이 캐는 나물 중에서 쑥은 약으로도 쓰이고, 여러 가지 음식을 해먹습니다. 1950~1960년대 보릿고개 시절은 정부가 “전국 농가의 4분의 1인 50만 가구가 식량이 떨어져 초근목피(풀뿌리와 나무껍질)로 연명한다”고 발표할 정도로 어려운 때였습니다. 이때 쑥은 쑥국은 물론 쑥개떡과 쑥버무리를 해먹는 귀중한 음식이었지요.




뛰어난 봄철 식품 중의 하나인 쑥은 쑥된장국, 쑥버무리, 쑥개떡, 쑥영양밥 등으로 다양하게 해먹습니다. 약재로 쓰는 쑥은 단오 때 말린 것이 효과가 크며, 강화도 인진쑥과 사자발쑥을 최고로 칩니다. 쑥 성분 가운데 베타카로틴과 알테미시닌은 항암효과가 있다지요. 또 치네올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줘 복통과 생리통에 효과가 있으며, 몸을 데워주어 손발이 차거나 아랫배가 차가운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쑥은 뜸의 중요한 재료이며, 쑥의 연한 잎을 말려 찐 다음 즙을 만들어 마시면 해열, 진통에 효과가 있고, 혈압을 내려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뛰어난 약효 덕분에 쑥을 의초(천연초)라고도 합니다. 그건 폐허에서도 잡초처럼 살아남는 쑥의 끈질긴 생명력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히로시마의 잿더미 속에서도 가장 먼저 자란 식물이 쑥이었지요. 어쩐지 우리 겨레의 생명력을 닮은 것만 같아 더욱 정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