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관청에 활인서(活人署)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태조 1년(1392)에 만든 것으로, 가난한 병자를 무료로 치료해주던 곳이었지요. 이것은 고려 초에 있던 혜민국 제도를 이은 것입니다. 돈이 없어 병이 나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을 겁니다.
그런가 하면 환곡(還穀)도 가난한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흉년 또는 춘궁기(春窮期)라고 해서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나지 않아, 먹을 것이 없는 봄철에 가난한 사람에게 곡식을 빌려주고, 풍년이나 가을걷이 뒤에 되받는 것이 환곡입니다.
《고종실록》을 보면, 경상감사 서헌순이 보고한 밀양부(密陽府) 민가가 불에 탄 일과 관련하여 고종은 “보고를 들으니 몹시 애처롭다. 원래의 휼전 외에 각별하게 더 돌보아주고 불에 타 죽은 사람이 생전에 내지 못한 신포(身布)와 환곡(還穀)이 있을 경우에는 모두 탕감해주며, 즉시 집을 지어 편안하게 살게 할 방도에 대해 묘당에서 말을 만들어서 분부하라”는 전교를 내립니다. 백성의 안위를 살펴 어려울 때 환곡마저 탕감해준 이야기는 오늘 우리에게도 귀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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