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잔등이 쌀쌀 언 새벽으로
누비 옷 입은 영감이 소를 몰고 간다
거리에는 밤눈이 내려 사람도 없고
귀신들도 돌아가고
소는 울지 않고
영감은 말이 없다
우시장까지는 하이얀 길이다
이십오 리 바람 길이다
신재경의 ‘우시장’이란 시의 일부인데 소를 팔러 우시장(쇠전)으로 가는 정경입니다.
예전에 소는 농사를 짓는 데 빠져서는 안 되었기에 중요한 재산목록이었습니다. 그래서 급히 돈이 필요한 때를 빼고는 절대 소를 팔지 않았습니다. 부득이 소를 팔 때 거간(중개인)에게 매깃돈(출몰, 뻔돈)을 주면, 거간은 살 사람에게 흥정을 합니다. 소를 평가할 때는 먼저 골격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살피고, 뿔의 모양도 봅니다. 또 소 울음소리도 들어봅니다. 색깔은 대춧빛일 때 가장 좋다고 합니다. 한 가지 빼놓지 않는 것은 소 주인의 성격입니다. 아마 소도 주인을 닮아가기에 그렇겠지요. 이렇게 우시장은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거간꾼, 구경 나온 사람, 허드렛일 하는 사람으로 시끌벅적했을 겁니다. 여기서 씁쓸한 우시장 정경을 하나 소개하지요.
때는 1922년 7월 27일 황해도 황주땅 성남 우시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성남 우시장은 청일전쟁으로 피폐한 인근 마을 160여 호 주민들의 생계터전이었는데 어느 날 황주군수 일본인 다나카와 면장 윤경혁 등이 서로 짜고 인근 지역으로 우시장을 옮기고는 장날마다 우시장에 드나드는 사람에게 토지세 27전, 소 말뚝값 3전을 합해서 30전을 받은 일이 벌어져, 이곳을 드나들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이 황해도청으로 몰려가 항의했다는 기사입니다. 돈벌이에 눈이 어두운 일본인 군수와 일부 동포의 횡포가 그렇잖아도 일손이 필요한 소를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야 하는 우시장 풍경을 더 씁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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