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 동동 띄운 식혜 한 사발
할아버지 논배미 돌고 오셔서
받아든 사발 속 비치던 푸른 하늘
한 모금 남겨
툇마루 밑 누렁이에게 던져준 달콤한 밥알
골진 주름 사이로 흘러가던
그해 여름날 구름
이는 최효순의 ‘그해 여름’에 나오는 식혜 이야기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28년 12월 1일자 《별건곤》 16, 17호에는 <팔도여자 살님사리 평판기>라는 글이 있는데 여기에 “서울의 신선로가 명물은 명물이지만은 전주 신선로는 그보다도 명물이다. 그 외 전주의 약주 비빔밥이며 순창 고초장, 광주, 담양의 죽순채, 구례, 곡성 탁주, 은어회, 고산 식혜, 남원 약주, 군산 생어찜’이라는 음식소개가 나옵니다. 이 글은 기자가 마을마다 명물을 먹어보러 팔도를 유람하는 내용으로 분단된 지금의 상황으로는 부러움이 절로나는 기사입니다.
식혜는 예부터 우리 겨레가 즐겨 마셨던 음료로 조선 시대 요리서 《수문사설(謏聞事說)》, 《연세대규곤요람》,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식혜를 만드는 엿기름 속에는 아밀라제 효소가 들어있어 식혜를 감칠맛 나게 할뿐더러 소화가 잘 되게 하며, 요구르트처럼 장내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또 몸속에 맺혀 있는 멍울을 풀어주는 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에 옛날부터 출산 후 임산부들이 흔히 겪는 유방통 따위를 다스리는 데 쓰였지요. 식혜는 가마솥 불볕더위가 한창인 여름에 살얼음을 동동 띄어 먹어도 맛이 나고 한겨울 푹 찐 고구마와 함께 먹어도 제격인 사철 음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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