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7월 2일 - 식혜 이야기 하나, 가뭄이 들면 임금이 먹던 식혜

튼씩이 2018. 7. 3. 14:46

전순은 세종, 문종, 세조 세 임금 어의를 지냈으며, 의식동원(醫食同源), 곧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것을 중심으로 한 한국 최초의 식이요법책인 《식료찬요(食療纂要)》를 펴냈습니다. 그 전순이 1459년에 펴낸 요리책이자 농업책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식혜의 종류를 무려 일곱 가지나 소개했지요.


 

물고기, 쌀밥, 끓인 소금물, 밀가루가 재료인 어해(魚醢)와 소의 위, 후추, 소금, 쌀밥, 누룩, 꿩고기가 재료인 양해, 생돼지껍질, 소금, 쌀밥, 후추가루, 누룩이 재료인 저파식혜가 있습니다. 또 도라지, 소금, 쌀밥의 도라지식혜, 죽순, 소금, 쌀밥으로 만든 죽순식혜, 꿩고기, 소금, 밀가루로 만든 꿩식혜, 쌀을 굵게 갈아 쑨 죽인 원미죽, 물고기, 소금으로 만든 원미식혜도 보이지요. 이로 미루어 보면 식혜는 지금 일부 지역에서 향토식품으로 남아 있지만 조선 시대엔 보편적인 음식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성종실록》 44권, 5년(1474) 윤6월 28일 기록을 보면 “승정원에 전지하여 가뭄이 심하니 수라에 포육(脯肉, 얇게 저며서 양념하여 말린 고기)과 식혜만 올리게 하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이렇게 식혜는 가뭄이 들어 임금이 간소하게 수라를 들 때에도 마시는 음식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