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하루하루가 잔치로세(김영조)

7월 13일 - 복날 풍습 하나, 선경에 서면 삼복더위도 얼씬 못합니다

튼씩이 2018. 7. 22. 18:33

오행설에 따르면 여름철은 화(火)의 기운, 가을철은 금(金)의 기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삼복기간은 가을의 금 기운이 땅으로 나오려다가 아직 화의 기운이 강렬하므로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하는 때입니다. 그래서 엎드릴 복(伏) 자를 써서 초복, 중복, 말복이라고 합니다. 찬 기운은 없고 불기운만 성한 계절은 생각만 해도 덥습니다. 이럴 때 옛 선비들은 높은 누마루로 올라갔지요.


 

먼지도 하나 없고 이끼도 하나 없이                    也沒塵埃也沒苔       

청옥과 백옥으로 누대를 지었어라                      靑瑤白玉做樓臺       

불이 남은 부엌에선 단약이 한창 익어 가고           火殘藥竈丹應化       

그늘 구르는 소나무 단엔 학이 아직 보이잖네        陰轉松壇鶴未廻       

이런 선경에서야 삼복더위가 얼씬하랴                 洞府堪逃三伏暑       

 

선조 말 문인 최립(崔岦 1539~1612)의 《초미록(焦尾錄)》을 보면 ‘선경에 서면 삼복더위도 얼씬 못한다’는 시가 나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은 탁족(濯足)도 즐겨 했는데 말 그대로 발을 물에 담그고 더위를 식히는 것이지요. 일제강점기인 1923년 8월 1일 《개벽》 38호 <서울의 녀름>을 보면 “土曜(토일) 日曜(일일) 가튼 날에는 京城人士(경성인사)들이 或(혹)은 妓生(기생)을 싯고 或(혹)은 2, 3友(우)로 作伴(작반)하야 數(수)업시 몰려간다. 아마 그 中(중)에 가장 代表的(대표적)인 곳이 淸凉寺(청량사)일 것이다. 淸凉寺라면 일홈은 시언하게 들리지마는 其實(기실) 그다지 淸凉(청량)한 데는 아니라. 洪陵(홍릉)의 樹林(수림)과 交通(교통)이 便(편)한 것이 그리로 사람을 끄는 모양이다. 紫霞門(자하문)이라야 알아듯는 彰義門(창의문)을 나서서 洗釰亭(세검정)의 濯足(탁족)도 녯날에는 꽤 有名(유명)하엿스나 只今(지금) 採石場(채석장) 때문에 殺風景(살풍경)이 되어서 別(별)로 가는 이가 업는 모양이다”라고 하여 세검정 계곡에서 탁족을 즐겼다는 글이 보입니다. 어느 시대건 더위를 식히기 위한 지혜는 있기 마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