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이해인시집(작은기쁨)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 보고
가슴이 뛰었다
석류도 익어서
떨어졌는데
오래오래 지지 않는
분홍 장미 두 송이가
빙긋 웃고 있는 뜰
'질 때는 져야지
웬일이니?' 하다가
어느새 정이 들어
지지 않기를 바랐다
마침내 그들이 지는 날
'잘 가, 내년에 만나'
할 수 없이 작별을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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