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72 – 시침질

튼씩이 2019. 6. 18. 08:19

솔기, 땀, 시접, 북. 남자들은 잘 모르는, 바느질에 쓰이는 말들이다. 솔기는 옷이나 신 같은 것을 만들 때 두 폭을 맞대고 꿰맨 줄이다. 수눅은 버선의 솔기인데, 수눅버선은 누벼서 수를 놓은 어린아이의 버선을 가리킨다. 홈질한 옷의 솔기는 혼솔이라고 하는데, 홈질은 호는 바느질로, 헝겊을 겹쳐 땀을 곱걸지 않고 성기게 꿰매는 것을 ‘혼다’고 한다. 땀, 그러니까 바늘땀은 바느질을 할 때 바늘을 한 번 뜬 그 눈금 또는 그 길이를 말하는데, 그때 겉으로 보이는 실밥을 실땀이라고 한다. 시접은 옷솔기에서 속으로 접혀 들어간 부분이고, 북은 밑실을 감은 실패를 넣어 두는 재봉틀의 부속품이다.


바느질에는 어떤 오묘한 세계가 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더듬어 보기로 하자. 감칠질은 홑것, 즉 한 겹으로 된 바느질감의 가장자리를 올이 풀리지 않게 안으로 두 번 접어 용수철이 감긴 모양으로 꿰매거나 두 헝겊의 가장자리를 맞대고 감아 꿰매는 일인데, 단춧구멍이나 수눅의 가장자리에 하는 감칠질은 사라고 한다. 공그르기는 헝겊의 시접을 접어 맞대어 바늘을 양쪽 시접에서 번갈아 넣어 실땀이 겉으로 나오지 않게 꿰매는 것이다. 흔히 가봉(假縫)이라고 하는데, 맞춤옷을 지을 때 완성하기 전에 몸에 잘 맞는가를 보기 위해 임시로 시쳐 하는 바느질을 시침바느질이라고 한다. 누비질은 솜을 넣고 나란히 줄이 지게 바느질을 촘촘히 하는 홈질이고, 박음질은 실을 곱걸어서 튼튼하게 꿰매는 바느질이다. 휘갑치기는 옷감의 가장자리가 풀리지 않도록 얽어 감아 꿰매는 일이고, 짜깁기는 기운 데가 드러나지 않게 찢어진 데를 그 감의 올로 본디대로 감쪽같이 짜서 깁는 일이다. 흔히 짜집기라고 하는데, 이건 틀린 말이다. 바느질 중에서 가장 인간적이어서 마음에 드는 것은 권당질이다. 권당질은 주머니처럼 속이 뚫려 통하게 해야 할 것을 잘못해 막히게 꿰매 버리는 바느질이다.



시침질 (명) 바느질을 할 때 천을 맞대어 듬성듬성하게 대강 호는 일.


쓰임의 예 – 엄마는 자로 내 키와 품을 대강 재서 옷감을 어설프게 마름질하고 나서 다시 내 몸에 걸쳐 보고는 시침질을 했다. (박완서의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시침바느질 – 맞춤옷을 지을 때 완성하기 전에 몸에 잘 맞는가를 보기 위해 임시로 시쳐 하는 바는질. =가봉(假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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