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73 – 바늘겨레

튼씩이 2019. 6. 21. 08:14

돗바늘은 돗자리 따위를 꿰매는 데 쓰는 아주 크고 굵은 바늘, 작대기바늘은 작대기만큼은 안 되겠지만 길고 굵은 바늘이고, 실을 꿰지 않은 바늘은 알바늘이나 날바늘, 맨바늘이라고 한다. 바늘겨레는 바늘방석이라고도 한다. 바늘쌈은 바늘 스물네 개를 종이로 납작하게 싼 뭉치, 바늘밥은 더 쓸 수 없을 만큼 짧게 된 실 동강을 가리킨다. 바느질에 쓰는 바늘, 실, 골무, 가위 따위를 넣어 두는 그릇은 반짇고리라고 한다.


둥글게 감아 놓은 실은 실꾸리나 실반대, 실몽당이라 하고, 토리에 방추형으로 감아 놓은 실뭉치는 실톳, 토리에 감았다고 토리실이라고도 한다. 토리는 방직공장 같은 데서 쓰는 실감개를 말한다. 실을 감아서 틀거나 서려 놓은 묶음은 타래나 테, 그 실은 실타래, 타래실이나 테실이라고 한다. 돌꼇으로 감은 실타래는 실꼇이라고 하는데, 돌꼇은 굴대의 꼭대기에 십자로 나무를 대고 그 네 끝에 짧은 기둥을 박아 실을 감고 푸는 데 쓰는 기구의 이름이다.


옷감에서 세로로 짜인 실은 날, 가로로 짜인 실은 씨라고 하는데, 실을 붙이면 날실과 씨실이 된다. 날실은 삶아서 익히지 않은 명주실, 즉 생사(生絲)를 가리키기도 한다. 깜찌기실은 깜찍한 실이 아니라 아주 가늘고도 질긴 실, 깔깔사(絲)는 깔깔 웃는 실이 아니라 여러 번 꼬아서 겉이 깔깔한 뜨개실의 이름이다. 가죽신의 울이나 바닥을 꿰매는 실은 녹밥이라고 한다. 실이나 섬유의 꼬임을 빔이라고 하는데, 빔실은 몇 가닥의 실을 꼬아 만든 실로 강도나 탄성이 높은 실이다. 외올로 된 실은 외올실이나 외겹실, 홑실이라고 한다. 실의 올은 “실낱같은 목숨”이라고 할 때의 실낱이고, 감기거나 헝클어진 실의 첫머리는 실마리인데, 어떤 일이나 사건의 첫머리, 즉 단서(端緖)도 실마리라고 한다. 실마리는 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다.



바늘겨레 (명) 예전에, 부녀자들이 바늘을 꽂아 둘 목적으로 만든 수공예품. 형태에 따라 원형, 거북형, 안경집형, 장방형, 호리병형 따위가 있는데, 안경집형과 호리병형은 바늘을 속에 넣게 만들었고, 거북형과 장방형은 양쪽에 바늘을 꽂게 만들었다.


쓰임의 예 – 얼른 바늘을 뽑아 새빨간 바늘겨레에 꽂은 뒤에 반짇고리를 밀치고 일어났다. (박종화의 소설 『금삼의 피』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깜찌기실 – 아주 가늘고도 질긴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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