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95 – 이엉

튼씩이 2019. 7. 15. 08:13

산울림의 노래 <산할아버지>를 아는가. ‘산할아버지 구름모자 썼네’로 시작하는 노래. 난데없이 <산할아버지>를 끄집어낸 것은 산할아버지가 구름모자를 쓴 것처럼 집은 지붕이라는 모자를 쓰고 있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제 산할아버지가 쓴 구름모자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벗겨 올 수도 있는 것이고, 사람이 쓰는 모자도 썼다 벗었다 하는 것이어서 그 모자를 쓴 사람의 인생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하지만, 집이 쓴 모자인 지붕은 그 지붕 밑의 상황이 어떻든 간에 제 주장대로 그 집의 성격을 규정하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지붕이 아예 없는 아파트나 슬래브 지붕이 나타나기 전, 집은 쓰고 있는 모자의 종류에 따라 기와집과 초가집으로 나뉘었다. 기와집에는 우리가 다 아는 보통 기와집 말고도 돌기와집과 널기와집이 있는데, 돌기와집은 너새라고 불리는 얇은 돌조각으로 지붕을 인 집으로 너새집이라고도 한다. 널기와집은 너와집과 같은 것으로, 나무토막을 쪼개 만든 널빤지로 지붕을 만든 집이다. 너와집 비슷한 것으로 굴피집이 있는데, 굴피는 참나무나 상수리나무의 두꺼운 껍질을 말한다. 굴피와 같이 굵은 나무의 두껍고 비늘처럼 생긴 껍질을 보굿이라고 하는데, 소나무 껍질은 솔보굿이라고 한다.

초가집은 볏짚이나 밀짚, 갈대 따위로 지붕을 인 집인데 뜸집, 띳집, 샛집, 뺑댓집도 다 초가집의 한 가지다. 뜸집의 뜸은 띠나 부들 같은 것으로 거적처럼 엮은 물건이고, 뺑대는 뺑대쑥의 줄기, 샛집의 지붕을 만드는 새는 띠나 억새 같은 것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초가지붕을 이려고 이엉을 엮어서 둘둘 말아 놓은 단은 마름이라고 한다. 용마름은 초가의 용마루를 덮기 위해 짚으로 가운데가 등성이지도록 길게 틀어 엮은 이엉인데, 다른 말로는 용구새나 곱새라고 한다. 초가지붕을 일 때 먼저 지붕 위에 건너질러 매는 벌이줄을 고사새끼나 속고삿이라고 하고, 이엉을 얹은 다음 그 위에 걸쳐 매는 새끼를 겉고삿이라고 한다. 벌이줄은 물건을 버텨서 이리저리 얽어매는 줄이다.



이엉 (명) 초가집의 지붕이나 담을 이기 위하여 짚이나 새 따위로 엮은 물건.


쓰임의 예 – 찌그러진 초가집은 전해 이엉을 갈지 않아서인지 비만 오면 지붕이 샜다. (이문열의 소설 『변경』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열댓 집 중 반쯤은 노란 새 이엉을 올렸고 나머지는 아직 거무튀튀한 헌 이엉 그대로였다. (김원일의 소설 『불의 제전』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겉고삿 – 이엉을 얹은 다음 그 위에 걸쳐 매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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