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096- 서덜

튼씩이 2019. 7. 16. 08:20

서덜과 너덜, 그리고 너설. 알쏭달쏭하고 긴가민가하며 아리아리하고도 의사무사한 이 세 가지 낱말의 뜻을 뜨르르 꿰고 있다면 그대는 진정한 ‘우리말 달인’으로 불려 마땅하다. 횟집에서 회를 먹은 뒤 끓여 먹는 매운탕의 재료가 되는 것이 바로 서덜이다. ‘서더리탕’은 ‘서덜로 끓인 탕’인 ‘서덜탕’을 잘못 표기한 것이다. 서덜은 두 가지 뜻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물가의 모래벌판에 돌이 섞여 있는 곳’을 가리키는 작벼리와 비슷하지만, 돌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서 작벼리와 서덜로 나뉘는 듯하다. 너덜과 너설도 모두 돌과 관련이 있다. 너설은 험한 바위나 돌이 삐죽삐죽 나온 곳이고, 너덜은 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로 너덜겅이라고도 한다.


이번에는 서덜과 비슷한 서돌에 대해 알아보자. 집을 짓는 데 중요한 재목인 들보, 도리, 서까래, 기둥 같은 것들을 몰밀어 서돌이라고 한다. 서돌은 다시 놓을재목과 설재목으로 나눌 수가 있는데, 들보나 도리, 서까래와 같이 가로로 놓은 재목이 놓을재목이고, 기둥이나 문설주처럼 세로로 세우는 재목이 설재목이다.


그렇다면 이런 재목을 파는 가게는 무엇이라고 할까. 장목전(長木廛)이라고 한다. 물건을 받치거나 버티는 데 쓰는 굵고 긴 나무를 장목이나 장나무라고 하는데, 장목전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말이 나온 김에 저잣거리에 늘어선 저자들의 이름을 살펴보자면, 시게전은 곡식을 파는 가게, 드팀전은 피륙을 파는 가게다. 피륙이란 필(疋)로 되어 있는 베나 무명, 비단 따위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물집은 피륙을 물들여 주는, 지금의 염색집이고, 마전집은 피륙을 마전해 주는 곳이었다. 마전이란 피륙을 바래는 일인데, ‘바랜다’는 것은 옷감을 볕에 쬐거나 삶거나 빨아서 희게 하는 일이다. 놋그릇을 파는 가게는 바리전, 건어물 가게는 마른전, 반대로 말리지 않은 어물을 파는 가게는 진전,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파는 곳은 푸주, 닭이나 꿩, 오리를 파는 가게는 어리전이라고 한다. 어리는 닭 따위를 갖고 다니며 팔려고 닭장처럼 만든 물건을 가리킨다.



서덜 (명) ① 냇가나 강가 따위의 돌이 많은 곳.


              ② 생선의 살을 발라내고 난 나머지 부분. 뼈, 대가리, 껍질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쓰임의 예 – 손바닥만 한 마당을 지나 문짝도 없는 강담을 벗어나면 바로 갯둑길이었고, 그 아래는 까맣고 몽글몽글한 몽돌이 쫙 깔린 서덜이었다. (손영목의 소설 『풍화』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서돌 – 집을 짓는데 중요한 재목인 들보, 도리, 서까래, 기둥 같은 것들을 몰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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