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에는 왜 연장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우리 인간의 삶을 연장시키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도구라서 연장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남자의 성기를 가리켜 ‘연장’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어쨌든 연장은 우습게 볼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서슬이 중요한 연장 두 가지만 살펴보기로 한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요즘은 ”빨랫집게 놓고 에이자도 모른다“로 바뀌었다던가)”는 낫은 쓰임새에 따라 걸낫, 벌낫, 깎낫, 밀낫, 버들낫, 왼낫 등으로 나뉜다. 걸낫은 긴 자루가 달려 먼 데 있는 것을 잡아당기기에 편리한 낫, 벌낫은 벌판에 무성한 갈대 따위를 휘둘러 베는 낫, 깎낫은 홍두깨나 방망이 따위를 깎는 낫이다. 풀을 밀어 깎는 낫이 밀낫, 버들고리를 만드는 데 쓰는 낫이 버들낫, 왼손잡이가 쓰는 낫은 왼낫이다.
낫의 자루 속에 들어가는 부분을 슴베라고 하는데, 슴베가 휘어 넘어가는 덜미의 두꺼운 부분은 낫공치, 낫자루에 휘감은 쇠는 낫갱기라고 한다. 슴베의 끝을 꼬부려 둥글게 한 구멍은 놀구멍인데 여기에 낫놀을 박아 슴베가 자루에서 빠지지 않게 한다. 낫놀은 낫자루에 놀구멍을 꿰어 박는 쇠못을 가리킨다.
아래고 먹고 위로 싸는 것은? 어렸을 때 내던 수수께끼인데 답은 대패다. 아래로 먹지만 그래도 입은 입이어서 대팻밥이 들어오는 자리를 날입이라고 하고, 대팻밥이 나오는 구멍은 대패아가리라고 한다. 입과 아가리가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수께끼는 하나 더 만들 수 있다. 입으로 먹고 아가리로 싸는 것은?
대패는 종류가 너무 많아서 이루 다 늘어놓을 수가 없다. 어느 사전에 실린 대패의 숫자를 세어보니 무려 스물아홉 가지였다. 연장들끼리 전쟁을 벌인다면 그 숫자만으로도 대패는 대패(大敗)가 아니라 대승을 거둬야 마땅할 것이다. 재목의 모서리를 후리는 데 쓰는 모끼도 대패 군단 소속이다. 대패질할 때 받쳐 놓은 나무판자는 양판이라고 한다.
서슬 (명) ① 쇠붙이로 만든 연장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날카로운 부분.
② 강하고 날카로운 기세.
쓰임의 예 – 서슬 있는 사금파리가 아지작아지작 부서지며 살에 들어가 박힐 때 졸개는 끔뻑끔뻑 죽다가 살아났다.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서)
- 문 지주 머슴들은 동네 사람들 서슬에 기가 죽어 제대로 달려들지 못했다. (송기숙의 소설 『암태도』에서)
- 고운 티는 물론 간간이 번득이던 성깔의 서슬 같은 것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박완서의 소설 『미망』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슴베 – 낫의 자루 속에 들어가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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