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에서 왕자가 태어나면 ‘권초의 예(捲草之禮)’라는 것이 있다. 곧 태어난 날 다북쑥으로 꼰 새끼를 문짝 위에 걸고, 자식이 많고 재화가 없는 대신에게 명하여 3일 동안 소격전(昭格殿, 조선시대에 도교 의식을 위하여 설치한 관서)에서 재를 올리고 초제(醮祭, 별에 지내는 제사)를 베풀게 하는데, 상의원(尙衣院)에서는 5색 채단을 각각 한 필씩 바쳤고, 남자면 복건(頭)ㆍ도포ㆍ홀(笏)ㆍ오화(烏靴)ㆍ금대(金帶)요, 여자면 비녀ㆍ배자(背子 ; 덧옷)ㆍ혜구(신의 하나) 등의 물건을 노군(老君, 물러난 임금) 앞에 진열하여 장래의 복을 빌었다.”
위 글은 조선 전기 학자 성현이 쓴 《용재총화》에 나오는 것으로 여기에 보면 왕자가 태어났을 때 바치는 예물로 덧옷의 하나인 ‘배자’가 등장합니다. 따라서 ‘배자’는 이미 조선 전기부터 입었던 옷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견주어 ‘마고자’는 대원군이 청나라에서 들여 온 만주족 옷인 “마괘”를 변형한 것이고 ‘조끼’는 양복이 들어올 때 함께 들어온 것으로 서양 조끼를 변형하여 입은 것입니다.
‘배자’와 ‘마고자’ 그리고 ‘조끼’는 모두 한복 저고리 위에 입는 덧옷이지만 다른 점은 마고자는 단추와 소매가 있고, 조끼는 단추는 있지만 소매가 없는데 배자는 단추와 소매가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또 배자 속에는 토끼ㆍ너구리ㆍ양 따위의 털을 넣어 가장자리 부분에서 밖으로 털이 드러납니다. 요즘 사람들은 ‘배자’ㆍ‘마고자’ㆍ‘조끼’ 차이를 모르지만 우리가 전통적으로 입었던 덧옷들에는 이렇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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