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247호) 물에서 사는 어룡, 절 지붕에 올라가다

튼씩이 2020. 1. 8. 08:20

우리는 가끔 궁궐이나 절과 같은 전통건축의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올라있는 상징물을 봅니다. 이를 마루 끝을 장식하는 기와라는 뜻으로 망새라고 부르며, 망와ㆍ바래기와ㆍ치미(鴟尾)ㆍ취두(鷲頭)라고도 합니다. “치미”라는 말은 용을 잡아 먹고산다는 전설의 새 꼬리 모습이라고도 하며, 올빼미 꼬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지요. 또 치미는 물에서 사는 어룡(魚龍)으로 지붕에 올려놓으면 불을 예방한다고도 하고, 용의 9마리 자식 가운데 멀리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둘째 아들 이문(螭吻)으로 이를 지붕에 얹어 놓으면 불을 막는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전체 높이가 182cm나 되는 황룡사터 망새(신라 왼쪽), 익산 미륵사터 망새(백제)


▲ 전체 높이가 182cm나 되는 황룡사터 망새(신라 왼쪽), 익산 미륵사터 망새(백제)

 


그밖에 이 망새는 건물의 권위를 나타내기도 하며, 상서로움을 나타내거나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하지요. 이렇게 그 유래가 다양한 망새는 청동ㆍ기와ㆍ돌 같은 것으로 만들어졌는데, 황룡사터에서 출토된 것은 높이 182㎝, 너비가 105㎝인 동양 최대의 대형 치미로 알려졌습니다.

 

불을 막으려 했다는 이 망새는 경복궁 근정전에 올려진 잡상, 경복궁 앞의 해태, 창덕궁 인정전 앞의 드므와 그 만든 목적이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불타서 복원하고 있는 숭례문 편액이나 문 앞에 용지라는 연못을 만든 것은 모두 화마를 막으려 했던 것이지요. 위엄을 자랑하는 옛 건축물에 불이 나면 그야말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던 까닭에 옛사람들은 이러한 화재를 막기 위한 예방책을 썼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