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궁궐이나 절과 같은 전통건축의 용마루 양쪽 끝머리에 올라있는 상징물을 봅니다. 이를 마루 끝을 장식하는 기와라는 뜻으로 망새라고 부르며, 망와ㆍ바래기와ㆍ치미(鴟尾)ㆍ취두(鷲頭)라고도 합니다. “치미”라는 말은 용을 잡아 먹고산다는 전설의 새 꼬리 모습이라고도 하며, 올빼미 꼬리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지요. 또 치미는 물에서 사는 어룡(魚龍)으로 지붕에 올려놓으면 불을 예방한다고도 하고, 용의 9마리 자식 가운데 멀리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둘째 아들 이문(螭吻)으로 이를 지붕에 얹어 놓으면 불을 막는다는 믿음도 있었습니다.
그밖에 이 망새는 건물의 권위를 나타내기도 하며, 상서로움을 나타내거나 사악한 것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하지요. 이렇게 그 유래가 다양한 망새는 청동ㆍ기와ㆍ돌 같은 것으로 만들어졌는데, 황룡사터에서 출토된 것은 높이 182㎝, 너비가 105㎝인 동양 최대의 대형 치미로 알려졌습니다.
불을 막으려 했다는 이 망새는 경복궁 근정전에 올려진 잡상, 경복궁 앞의 해태, 창덕궁 인정전 앞의 드므와 그 만든 목적이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불타서 복원하고 있는 숭례문 편액이나 문 앞에 용지라는 연못을 만든 것은 모두 화마를 막으려 했던 것이지요. 위엄을 자랑하는 옛 건축물에 불이 나면 그야말로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던 까닭에 옛사람들은 이러한 화재를 막기 위한 예방책을 썼던 것입니다.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레빗 4249호) 미국 국무장관 딘 애치슨, 애치슨 라인 발표 (0) | 2020.01.10 |
---|---|
(얼레빗 4248호) 세계 첫 측우기 <금영측우기>, 국보 된다 (0) | 2020.01.09 |
(얼레빗 4246호) 흠경각 옥루, 천문ㆍ지리ㆍ인간의 조화 추구 (0) | 2020.01.07 |
(얼레빗 4245호) 오늘은 소한, 양기를 보충하는 떡국 (0) | 2020.01.06 |
(얼레빗 4244호) 일왕이 사는 황거 앞에 폭탄 던진 김지섭 의사 (0) | 2020.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