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서와 아름다움이 가장 돋보이게 나타난 예술품의 하나로 사람들은 ‘백자 달항아리’를 꼽습니다. ‘백자 달항아리’ 가운데 국보로 지정된 것은 용인대학교박물관에 국보 제262호가 있고, 삼성미술관 리움에 국보 제309호가 있으며, 국립고궁박물관에 국보 제310호가 있습니다. 그런데 ‘백자 달항아리’들의 원래 문화재 이름은 ‘백자대호’였지요. 여기서 ‘대호(大壺)’란 ‘큰항아리’를 말하는 것으로 참으로 무미건조한 한자말입니다.
그러나 ‘백자 달항아리’를 사랑했던 대표적인 예술가인 화가 김환기 선생과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밤하늘에 둥실 떠 있는 보름달 같은 백자’라며, ‘달항아리’라고 부르기 시작하여 차츰 많은 사람이 이 정감있고 서민다운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름 ‘달항아리’에 공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문화재 이름은 ‘달항아리’로 바뀌게 됩니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 《영혼의 미술관》에서 조선의 백자 달항아리를 ”표면에 작은 흠들을 남겨둔 채로 불완전한 유약을 머금어 변형된 색을 가득 품고, 이상적인 타원형에서 벗어난 윤곽을 지님으로써 겸손의 미덕을 강조한다. 가마 속으로 뜻하지 않게 불순물이 들어가 표면 전체에 얼룩이 무작위로 퍼졌다. 이 항아리가 겸손한 이유는 그런 것들을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보여서다.”라고 말합니다. 또 김환기 화백은 “한 아름 되는 백자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촉감이 동한다. 싸늘한 사기로되 따사로운 김이 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라고 말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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