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286호) 해녀들이 가슴속 한을 꺼내말리던 ‘불턱’

튼씩이 2020. 3. 2. 08:21

"물질하던 옷 벗어 말리며 / 가슴 속 저 밑바닥 속 / 한 줌 한도 꺼내 말린다 / 비바람 치는 날 / 바닷속 헤매며 떠올리던 꿈 / 누구에게 주려 했는가 / 오늘도 불턱에 지핀 장작불에 / 무명옷 말리며 / 바람 잦길 비는 해녀 순이" - 김승기 ‘불턱’-

 



제주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면서 쉬던 ‘불턱’


▲ 제주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거나 불을 쬐면서 쉬던 ‘불턱’

 

“여기서 불 초멍 속말도 허구, 세상 돌아가는 말도 듣고 했쥬.” 제주 해녀는 ‘붙턱’에 대해서 그렇게 말합니다. 불턱은 해녀들이 물질하기 위해서 옷을 갈아입거나 무자맥질해서 작업하다가 언 몸을 녹이기 위하여 불을 피워 몸을 녹이기 위해서 바닷가에 돌을 둥그렇거나 네모나게 쌓아 만든 공간을 말합니다. 이곳 불턱에서 해녀들은 불을 쬐면서 속에 있는 말들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말들도 얻어듣곤 했습니다. 보통은 제주에 많은 돌로 담을 쌓아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한 것으로 쉽게 말하면 바닷가에 설치한 해녀들의 탈의장이었지요.

 

예전 해녀들은 물소중이 또는 ‘잠수옷ㆍ잠녀옷ㆍ물옷’ 따위로 불렸던 옷을 입고 바닷속에서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입고 벗기가 편하게 만들었던 이 물소중이는 자주 물 밖으로 나와 불을 쬐어 체온을 높여야 했지요. 그런 까닭으로 제주에는 바닷가 마을마다 여러 개의 불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물소중이 대신 고무잠수옷을 입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탈의장이 생겨서 불턱은 이제 해녀들이 찾지 않는 옛시대의 유적으로만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