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312호) 부귀와 장수를 소망한 ‘모란도 병풍’

튼씩이 2020. 4. 7. 08:32

모란은 꽃 가운데 임금, 곧 화왕(花王)이라고도 불리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그런데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모란꽃을 그린 여덟 폭의 병풍이 있습니다. 모란은 괴석 위에 곧게 그려졌는데 괴석은 오랫동안 변치 않는 돌을 상징하는 것으로 장수(長壽)를 뜻합니다. 이 모란을 그린 병풍은 궁중에서 장식하기 위하여 쓰였고, 또한 중요한 행사 곧 생일, 혼인, 책봉, 어진 제작 등을 기념한 여러 잔치 때 빠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기쁜 날뿐만이 아니라 장례식에도 쓰였다고 하지요.

 



모란도(牡丹圖) 8폭 병풍(그린이 모름), 국립고궁박물관


▲ 모란도(牡丹圖) 8폭 병풍(그린이 모름), 국립고궁박물관

 


특히 모란꽃은 장수뿐만이 아니라 부귀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는 중국 송나라 때의 철학자 주돈이(周敦頤)가 쓴 ‘애련설(愛蓮說)’에서 거론된 덕이라고 합니다. 이 모란도는 몇 개의 가지가 괴석 위로 곧게 솟아 올라있고, 가지에는 흰색, 노란색, 주황색, 붉은색 등 다양한 빛깔의 봉오리들이 빼곡하게 피어있습니다. 또 꽃들은 앞면, 옆면은 물론 다양한 꽃봉오리부터 활짝 피었을 때까지의 여러 모습을 표현하였지요.

 

그런데 이 모란꽃은 사실적인 것을 무시한 평면적인 그림이라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잔치 때 종이꽃 곧 지화(紙花)를 만들어 꾸몄는데, 이 지화가 단순히 장식을 위해 쓰였기에 사실적인 모습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 모란 병풍도 화려한 치장에 주심을 둔 것이어서 사실적인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또 이처럼 화려하고 웅장한 모란도 병풍을 펼쳐두면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화락함과 부귀가 떠오르게 하려는 의도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이 모란도는 화원의 이름이 없습니다. 그 까닭은 이 그림이 순수한 회화가 아닌 공예적인 장식화였기 때문이지요. 지화를 만든 장인의 이름이 기록되지 않은 것과 같은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