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337호) 제주 고유의 먹거리 문화를 만든 제주 흑돼지

튼씩이 2020. 5. 12. 08:10
코로나19와 관련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지난 연휴 동안 많은 사람이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그 여행객들은 대부분 제주도 흑돼지 고기를 먹고 왔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제주 재래 흑돼지는 옛날 만주지역에서 살던 돼지가 우리 겨레와 함께 한반도로 들어와 기르게 된 것으로 짐작되며 제주에서 발견된 소와 돼지 등의 뼈로 미루어보아 제주에서 흑돼지가 살기 시작한 때는 아마도 석기시대 말이나 청동기 시대 정도일 것이라고 합니다. 제주흑돼지는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 285년)》, 《탐라지(眈羅志, 1651~1653년)》, 《성호사설(星湖僿說, (1681~1763년)》 등의 고문헌을 통해 흑돼지를 길렀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어 제주흑돼지가 유서 깊은 제주 전통 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 모습, 제주축산진흥원 제공


▲ 천연기념물 제550호 제주 흑돼지 모습, 제주축산진흥원 제공

 


그러나 제주 흑돼지는 근대화를 거치며 외국에서 들어온 개량종 돼지와의 교잡으로 순수 재래 흑돼지의 개체수가 점점 사라져 갔지요. 그러다 가까스로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이 1986년 우도 등 제주 재래종 돼지 5마리를 확보하여 복원사업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제주흑돼지는 2015년 3월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되어 현재 206여 마리를 보존ㆍ관리하고 있습니다.

 

제주 재래 흑돼지는 유전자 특성 분석 결과 육지 재래 돼지와도 다른 특성이 있고 외형상으로도 제주 흑돼지는 다른 품종보다 몸집이 작고 배 부분이 좁지요. 또 귀는 작고 위로 뻗어 있으며 더디 자라지만 제주도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하여 체질이 강하고 질병에 잘 견디는 특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보통 돼지는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데 제주 흑돼지는 5~8마리로 적게 낳습니다. 제주 재래 흑돼지는 똥돼지를 키우는 우리인 ‘돗통(돗통시)’, 돈을 모아 돼지를 잡아 회식하는 ‘돗추렴’, 수애(제주식 순대), 삶은 돼지고기를 도마 위에 두고 썰어 먹는 ‘돔베고기’, 돼지고기를 삶으면서 생긴 국물에 모자반을 넣고 끓인 ‘몸국’ 등의 제주에서만 발견되는 먹거리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이 똥돼지를 키우는 우리 ‘돗통시’ (그림 이무성 작가)


▲ 제주도 사람들이 똥돼지를 키우는 우리 ‘돗통시’ (그림 이무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