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탑은 네 모서리에 장식이 없고, 큰 자리를 얹어놓는다. 관사 안에 지나다니는 길 사이에 두고, 관리들이 쉴 때 사용하였다. 와탑은 3면으로 난간이 세워져 있으며, 비단 보료가 깔리고 큰 자리가 놓여 있다. 단지 임금과 높은 벼슬아치와 관련한 의식이 있거나, 중국 사신을 접대할 때만 사용한다.” 중국 송(宋)나라 관리로 고려 인종(仁宗) 원년(1123)에 사신으로 온 서긍(徐兢)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이렇게 좌탑(坐榻)과 와탑(臥榻) 곧 평상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자개평상(平床), 98.5×98.5×47, 국립민속박물관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산중에 열 가지 경취(景趣)를 말했는데, 그 가운데는 평상 위에서 글 읽는 것도 들어 있습니다. 조선 후기 선비 화가 윤두서(尹斗緖)가 그린〈수하오수도(樹下午睡圖)〉에는 여름철 시원한 나무 그늘에 평상을 놓고 낮잠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 그려졌습니다. 또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1806?)가 그린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에도 사랑채 대청마루에 평상을 놓고, 그 위에 사람이 누워있는 장면이 보입니다.
평상(平床)은 낮잠을 즐기거나 책을 읽고 바둑을 둘 때 쓰는 것으로 대청이나 누(樓)마루에 놓여 있었지요. 기다란 각목(角木)이 일정 간격으로 벌어져 있어 통풍이 잘되므로 여름철에 제격입니다. 두 짝이 쌍으로 된 평상은 올라서는 곳에 난간이 없는 것이 보통입니다.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 갔다. 붐비는 국숫집은 삼거리 슈퍼 같다. 평상에 마주 앉은 사람들. 세월 넘어온 친정 오빠를 서로 만난 것 같다.” 문태준 시인의 시 <평상이 있는 국숫집>에는 사람들이 평상에만 마주 앉아도 국수를 먹으며 서로 소통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모습을 잘 그려주고 있습니다.
* 좌탑(坐榻) : “좌상(坐床)”이라고도 하며, 사람이 혼자 걸터앉도록 만든 가구
* 와탑(臥榻) : 침상 곧 누워서 잘 수 있도록 만든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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