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513호) 중국의 제후국이지만 독자적으로 만든 역서

튼씩이 2021. 1. 14. 07:50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는 보물 제1319호 <경진년대통력(庚辰年大統曆)>이 있습니다. <경진년대통력(庚辰年大統曆)>은 ‘대통력법(大統曆法)에 따라 만든 경진년(庚辰年)의 역서’라는 것으로 조선 선조 12년인 기묘년(己卯年, 1579년)에 활자본으로 펴내 이듬해인 경진년(庚辰年, 1580년)에 쓰인 역서(曆書)이며, 조선의 역서들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 보물 제1319호 <경진년대통력(庚辰年大統曆)>, 1579년, 국립민속박물관

 

 

 

지금 서울대학교 규장각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등의 여러 국학기관과 박물관, 도서관들에는 조선의 역서들이 수백 책이 넘게 소장되어 있는데, 이들 가운데서 1580년 이전에 펴낸 역서는 이 경진년대통력이 유일하지요. 이 대통력의 크기는 길이 39.8㎝, 너비 21.7㎝로 앞뒤의 표지를 빼고 모두 15장 30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선은 원래 중국의 제후국이어서 명나라의 대통력(大統曆)을 받아서 써야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은 세종 이후 명나라의 대통력과 원나라의 수시력(授時曆)을 바탕으로 한 역산서(曆算書)인 《칠정산(七政算)》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역서를 따로 펴내 독자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따라서 <경진년대통력(庚辰年大統曆)>은 조선에서 역서를 독자적으로 펴냈음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조선시대 과학기술사와 조선ㆍ명나라 관계사 연구에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