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얹어 나르거나 방에 놓고 식탁으로 쓰는 상(床)의 종류를 소반(小盤)이라고 합니다. 소반에는 다리 모양새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뉩니다. 다리가 하나뿐인 상은 “외다리 소반[獨脚盤, 單脚盤]”이라 하고, 다리가 셋인 것은 “삼각반(三脚盤)”이라 하며, 다리 모양이 개의 발같이 조각한 것은 “개다리소반[狗足盤]”이라 합니다. 또 호랑이의 발같이 조각한 것은 “호족반(虎足盤)”, 말의 발같이 조각한 것은 “마족반(馬足盤)”, 대나무 마디같이 조각한 것은 “죽절반(竹節盤)”이라고 하지요.
그런데 여기 관가로 출장 다니던 소반이 있습니다. 바로 공고상(公故床)이 그것인데 옛날 높은 벼슬아치가 궁중이나 관가에서 숙직할 때 집의 노비들이 이 상에 음식을 얹어서 머리에 이고 날랐다고 하지요. 지금처럼 구내식당이나 외식할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번(番) 곧 숙직이나 당직을 할 때 자기 집에서 차려 내오던 밥상이라 하여 “번상(番床)”, 바람구멍을 냈다고 하여 “풍혈상(風穴床)”이라고도 합니다.
▲ 조선시대 출장 다녔던 소반, 공고상(公故床)
양옆에 손을 잡을 수 있도록 “亞(아)” 자나 “卍(만)” 자로 된 뚫새김(투각) 구멍이 있으며, 앞쪽에는 내다볼 수 있도록 구멍이 패어 있지요. 그래서 이 상은 머리에 이고 양쪽의 손잡이 구멍을 붙잡고 앞을 바라보면서 걸어갈 수 있도록 한 소반입니다. 요즘이야 남편이 직장에서 숙직해도 아내가 공고상을 이고 나가는 일이 없으므로 박물관이나 가야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레빗 4568호) 조선에 처음 들어온 축음기, ‘귀신소리 난다’ (0) | 2021.04.01 |
---|---|
(얼레빗 4567호) 꽹말타기, 딩각, 콩나물히찝을 아십니까? (1) | 2021.03.31 |
(얼레빗 4565호) 조선의 무서운 영감 이상재 선생 세상을 떠 (0) | 2021.03.29 |
(얼레빗 4564호) 매달 6ㆍ16ㆍ26일 ‘변소각시’가 지키는 날 (0) | 2021.03.26 |
(얼레빗 4563호) 옷장 여닫이문에 단 아름다운 경첩 (0) | 2021.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