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567호) 꽹말타기, 딩각, 콩나물히찝을 아십니까?

튼씩이 2021. 3. 31. 07:30

영남지방에는 일제의 강압으로 맥이 끊겼던 ‘호미씻이’와 비슷한 ‘꽹말타기’라는 민속놀이가 있었습니다. 이 꽹말타기는 ‘징, 장구, 북, 꽹과리’ 외에 ‘딩각’을 더해 ‘오물놀이’를 즐겼다고 합니다. ‘딩각’은 나무로 길게 만든 나팔 모양인데 울산광역시의 반구대 암각화에도 ‘딩각’을 의 형태로 보이는 그림이 새겨져 있어 딩각은 선사시대부터 쓰였던 악기라고 짐작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민속놀이인 꽹말타기가 사라지면서 ‘딩각’도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 지금은 사라진 영남지방의 민속놀이 ‘꽹말타기’, 맨앞에 ‘딩각’이란 악기가 있다.

 

 

 

또 경상북도 상주에는 콩나물을 삶아 콩가루에 버무려 만든 ‘콩나물히찝’이란 음식이 있는데 그것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군사정권 시절 사투리를 쓰면 안 되는 것처럼 분위기가 형성돼 점차 사투리가 사라졌습니다. 다른 나라 음식과 문화가 물밀듯 들어오는 것과 함께 군사정권과 산업화 속에서 미신이라고 치부되고 표준말 정책에 떠밀려 그렇게 오랫동안 우리 겨레와 함께했던 많은 민속놀이나 음식 그리고 사투리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판소리’를 한번 생각해봅니다. ‘판소리’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 잔치입니다. 판소리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추임새’도 잘헌다, 아먼, 으이 따위의 사투리들입니다. 만일 판소리에서 사투리를 없앤다면 그 맛은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지방의 아름다운 토박이말들을 사투리라고 푸대접할 때 우리 문화는 그만큼 위축되는 것이지요. 문화는 다양성입니다. 꽃밭에 해바라기만 몽땅 심어 있다면 그것은 아름답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꽹말타기’와 ‘딩각’, ‘콩나물히찝’은 물론 ‘잘헌다’ 같은 말들이 다시 살아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는 ‘딩각’으로 보이는 악기 부는 장면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