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後山中石澗喧(우후산중석간훤) 비 온 뒤 산중 바위틈에 시냇물 소리 요란한데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시 읊으며 종일 홀로 난간에 기대있네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평생에 가장 싫은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오직 이 시냇물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네
▲ 회재, 산속 시냇물 소리는 거슬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12선녀탕>, 김형근 작가)
이 시는 조선 성리학의 큰 맥을 이루는 대학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의 작품 <산중즉사(山中卽事)>로 산중에 보이는 사물을 노래한 한시입니다. 비가 온 뒤라 산속의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요란한데, 온종일 시를 지어 읊조리며 홀로 난간에 기대어 여유로움을 즐깁니다. 회재가 평생에 가장 싫어하는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이 시냇물 소리는 시끄러워도 귀에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회재는 이 시에서 자신의 귀를 거슬리게 하는 것은 사람이 부귀ㆍ공명을 얻기 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소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중종 때 사림의 지지를 바탕으로 도학 정치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던 회재는 조광조의 뒤를 이어 도학을 체계적으로 연구함으로써 퇴계 이황의 주리론에 큰 영향을 미친 조선 전기의 큰 학자입니다. 생전에는 크게 평가받지 못했던 회재 이언적은 《명종실록》에 졸기가 기록될 정도로 사후에 학문적 성취가 빛을 발했는데 성리학에서 퇴계를 빼놓고 말할 수 없지만, 그 퇴계를 말하자면 이언적을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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