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4606호) 단순한 아름다움의 가구 사방탁자

튼씩이 2021. 5. 25. 07:45

조선 선비들이 차지하는 사랑방에는 선비의 특징을 보여주는 가구들이 있습니다. ‘사방탁자(四方卓子)’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다과(茶菓), 책, 가벼운 꽃병 등을 올려놓는 네모반듯한 탁자를 말합니다. 선반이 너덧 층으로 되었으며 널빤지로 판을 짜서 가는 기둥만으로 연결하여 사방이 트이게 했지요. 사방이 터졌기 때문에 사방탁자라고 하는데 제일 아래층은 장(欌)형식으로 짜인 것도 있습니다.

 

 

 

▲ 선비가 사랑하는 가구 '사방탁자'

 

 

 

골격이 가느다란 각목으로 이루어지는 이 가구는 강도에 있어서나 역학적인 면에서 짜임새가 단단해야 하므로 골조(骨組)로는 참죽나무ㆍ소나무ㆍ배나무를, 널빤지 재료로는 오동나무 ㆍ소나무를 쓰고, 앞면은 먹감나무나 느티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려줍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는 사방탁자가 시렁 위에 책, 꽃대, 꽃병, 취우(翠羽, 비취 깃으로 만든 귀한 물건), 병, 향로, 찻잔 등 문방가구를 늘어놓는 문방구를 거느리는 것이자 서실의 사치스러운 구경물이라며 이를 극찬한 바 있습니다.

 

 

간결한 구성과 쾌적한 비례로 좁은 한옥 공간을 시원하게 보이는 효과를 주고 있는데, 이러한 단순함이 주는 아름다움 때문에 현대적 감각에 가장 가까운 가구로 평가받지요. 또 사방탁자는 앙상한 뼈대 사이로 기품이 유유히 흘러 선비의 방을 한층 안정감 있고 돋보이게 합니다. 이제 우리의 방에도 사방탁자를 놓음으로써 조선시대 선비의 기풍을 느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