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남창가곡 편락, <나무도>를 들어보셨나요?

튼씩이 2021. 8. 26. 12:58

 

우리나라 전통성악곡인 가곡(歌曲)에는 남자가 부르는 남창가곡과 여성이 부르는 여성가곡이 있습니다. 또한 우조(羽調)와 계면조(界面調)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우조는 밝고 힘이 있으며 활기찬 느낌의 가락이고, 계면조는 조금 어둡고 잔잔한 서정이 느껴지는 곡입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신의 마음을 닦기 위해 했다는 남창가곡은 정말 담백하면서도 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심연의 소리입니다.

 

그런데 남창가곡 가운데 반우반계 편락(編樂) <나무도>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우조로 시작해서 중간쯤 계면조로 바뀌게 되어서 반우반계(半羽半界)’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설을 가만히 들어보면 나무도 바위도 없는, 곧 숨을 곳이라고는 전혀 없는 산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심정을 노래합니다. 그리곤 큰 바다 한가운데서 풍랑과 안개를 만나고, 해는 기울고, 노도 잃고 닻도 끊어졌으며, 설상가상으로 도둑 무리를 만난 사공의 심경을 노래합니다.

 

 

 

 

 

 

이 편락 <나무도>를 가객은 힘있게, 그러면서도 담백하고 차분하게 불러갑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한 것처럼 무척 절박하면서도 한편으론 절제 속에서 청중을 휘어잡습니다. 황진이 무덤에서 시조 한 수 지었다가 삭탈관직당한 임백호 선비를 보는 듯했지요. 가객은 그렇게 우리를 꼼작 못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