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마음이 드러나는 공재 윤두서의 그림들
해남 윤씨 문헌海南尹氏文獻 「공재공행장恭齋公行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그해 마침 해일海溢이 일어 바닷가 고을은 모두 곡식이 떠내려가고 텅 빈 들판은 벌겋게 황톳물로 물들어 있었다. 백포白浦는 바다에 닿아 있었기 때문에 그 재해災害가 특히 극심하였다. 인심이 매우 흉흉하게 되어 조석 간에 어떻게 될지 불안한 지경이었다. 관청에서 비록 구제책을 쓰기는 했으나 역시 실제로는 별다른 혜택이 없었다.
이에 공재 윤두서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산의 나무를 베어내서 소금을 구워 살길을 찾도록 해주었습니다. 한 마을 수백 호의 주민이 그의 도움을 받아 떠돌아다니거나 굶어 죽는 일이 없게 되었지요. 윤두서는 단순히 곡식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가난한 이들을 구하는 도리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스스로 일을 해서 기근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던 슬기로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윤두서는 “옛 그림을 배우려면 공재로부터 시작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림에 뛰어났습니다. 나물 캐기, 짚신 삼기, 목기 깎기, 돌 깨기 같은 풍속화를 많이 그렸는데, 그의 그림을 보면 어려운 삶을 사는 백성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지요. 거기에 더하여 윤두서는 말馬을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여 타기조차 삼갈뿐더러 <백마도>, <어린 새끼와 말> 같은 그림도 그렸습니다. 이렇게 윤두서가 그린 그림에서조차 그의 따뜻한 마음이 드러납니다.
'사진이 있는 이야기 > 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는 용, 몸통은 물고기 모양 청자 주전자 (0) | 2021.10.06 |
---|---|
우국지사의 정신까지 잘 묘사한 채용신의 <황현 초상> (0) | 2021.10.05 |
괴석과 난초가 어우러진 흥선대원군의 <묵란도> (0) | 2021.10.03 |
민화에 잉어와 죽순이 등장하는 까닭은? (0) | 2021.10.02 |
변상벽의 <묘작도>, 70세 노인에게 기쁜 소식을 (0) | 202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