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신앙, 아들을 낳게 해주세요

예부터 전해오던 풍속으로 ‘기자신앙(祈子信仰)’이 있습니다. 자식, 특히 아들이 없는 부녀자가 아들을 낳으려고 신에게 비는 민간신앙의 하나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아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환경 때문에 기자신앙이 더욱 발달했지요. 그런데 기자 행위는 『삼국사기』, 『삼국유사』의 시조탄생신화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오랜 옛날부터 있었습니다. 단군신화에서도 웅녀는 그와 혼인해주는 이가 없자 늘 신단수 아래에 가서 아이를 잉태하려고 빌었지요. 이럴 때 신단수, 용왕당, 삼신당, 미륵보살에 빌기도 했지만 특히 남자의 성기를 닮은 남근석(男根石)이 인기 있었습니다. 옛사람들은 남근석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신비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는 원초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지요.
이런 믿음은 지금의 눈으로 보면 미신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기자신앙에 담긴 여인들의 자식에 대한 간절한 정성과 절박한 염원, 생명체에 대하여 지녔던 존엄성 따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생각 아닐까요? 또 이러한 믿음을 통해서 부인들은 아들을 낳지 못한 불안과 초조감을 줄일 수 있었고, 정신적인 위안을 얻으면서 인내심을 기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 무시할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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