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임금도 함부로 부르지 못한 신하, 불소지신

튼씩이 2021. 11. 24. 08:02

임금도 함부로 부르지 못한 신하, 불소지신

 

조선시대 세자는 나중에 임금이 되기 위한 영재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세자를 가르치기 위한 별도의 기관을 두었지요. 태조 때에는 그저 세자관속(世子官屬)’이라 하여 관리만 두었는데, 세조 때 드디어 세자시강원(世子侍講院)’을 설립했습니다. 유학 교육을 통해서 미래의 임금인 세자가 임금으로서 갖추어야 할 학문적 지식과 도덕적 자질을 기르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지요.

 

이때 세자를 가르치는 시강관은 모두 당대의 실력자가 임명되었습니다. 세자의 스승은 가장 고위직인 영의정과 좌·우의정이 맡았지요. 하지만 이들은 나랏일로 바빴기 때문에 실제로 세자를 가르치는 사람은 빈객(賓客) 이하 전임관료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문과 출신 30~40대 참상관(參上官, 3품에서 종6품 관료)으로 당상관 승진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종실록13(1518) 1226일 기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대신(大臣)을 대하는 데는 반드시 예모(禮貌)로써 하여야 합니다. 옛날에는 불소지신(不召之臣)이 있으니, 그에게 배운 다음에 그를 신하로 삼는다하였는데 이와 같은 자는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불소지신(不召之臣)’함부로 부르지 못할 신하라는 뜻이지요. 그래서 세자가 뒤에 임금이 되어도 스승을 예로써 대했습니다. 요즘 학생이나 학부모가 선생님을 함부로 대했다는 기사를 보면 이들에게 불소지신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