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고르는 전문가, 미모
『세종실록』 5년(1423년) 2월 10일 다섯 번째 기사는 “대궐 안에서 신부(信符)를 차고 다닐 사람의 수효는~” 하고 시작합니다. 여기를 보면 당시 요리와 관련된 일을 맡아보던 사옹원에 소속된 실제 노비는 250명이 넘었다고 나옵니다.
실록에는 요리 관련 직책의 이름이 나오는데 고기 요리를 담당한 별사옹(別司饔), 찜 요리 전문가 탕수증색(湯水蒸色), 채소요리 전문가 채증색(菜蒸色), 굽는 요리 전문가 구색(灸色), 밥 짓는 반공(飯工), 술을 담그는 주색(酒色) 등이 있습니다. 물 긷는 수공(水工), 물 끓이는 탕수탁반(湯水托飯), 쌀을 고르는 미모(米母), 상차림 전문가 상배색(床排色)도 있지요.
여기서 우리는 수라간에서 요리하는 일이 얼마나 분업화되고 전문화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 각 수라간에 배치된 미모와 떡 전문가 병모(餠母)를 빼면 수라간 전문가 절대 다수는 남자였음이 확인됩니다. 궁궐에서 잔치가 있을 때는 진연도감(進宴都監)이 임시로 설치되고 숙설소(熟設所, 궁중에서 큰 잔치를 준비하려고 임시로 세운 주방)를 세우고, 궁 밖에 사는 별도의 대령숙수 40~50명이 음식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모두 남자였지요. 이처럼 궁궐 수라간의 사정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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