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아름다운 우리문화 산책(김영조)

임금이 초가로 거처를 옮기고 식음을 끊은 까닭은?

튼씩이 2021. 12. 1. 12:54

임금이 초가로 거처를 옮기고 식음을 끊은 까닭은?

 

 

원상 최항·김질이 아뢰기를, “근래 날씨가 가뭄으로 인하여 감선(減膳)하신 지가 이미 오래 되었는데, 지금 또 낮에 수반(水飯)을 올리도록 하시니, 선왕조의 감선한 것도 이러한 데 이르지는 아니하였습니다.” 하니 전지(傳旨)하기를, “세종조에는 비록 풍년이 들었더라도 수반을 올렸는데, 지금 수반을 쓴들 무엇이 해롭겠는가?” 하였다. 김질이 말하기를, “대저 비위(脾胃)는 찬 것을 싫어하므로, 수반이 비위를 상할까 염려하는데, 보통 사람에게 있어서도 또한 그러하거늘, 하물며 지존(至尊)이겠습니까?” 하니 전지하기를, “()의 말과 같다면 매양 건식(乾食)을 올려야 하겠는가?” 하였다.

 

 

성종실록1(1470) 61일 기록입니다. 인조실록22(1644) 55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습니다.

 

 

인심이 이미 떠났고 나라의 형세가 이미 위태해져서, 헤아릴 수 없는 변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일어났고, 위험한 종기가 이미 터져서 고름은 짜내 버렸지만 원기는 저절로 손상되었으며, 천재와 시변이 날로 더욱 심해져서, 조정과 외방이 모두 걱정하며 당황하여 아침 저녁도 보전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전하께서 이런 때에 만일 마음속으로 대단히 경계하여 그 정사를 고쳐 바로잡지 않으신다면, 아마도 재앙과 난리가 일어나지 않는 때가 없을 것이요, 우리를 사랑하던 하늘도 반드시 우리를 잊어버리는 데에 이를 듯하니, 어찌 크게 두려워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조선시대에는 가뭄, 홍수가 들거나 전염병이 돌아 백성들이 고통을 받으면 임금이 나라를 잘못 보살펴서 하늘로부터 벌을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수라상의 반찬을 줄이거나 물에 만 밥을 먹기도 했고, 심지어 초가로 거처를 옮기고 음식을 전혀 먹지 않거나 약도 먹으려 하지 않는 등 백성의 고통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요즘 정치인들도 조선시대 임금의 감선하고 수반을 먹는 자세를 본받으면 좋겠습니다.

 

 

감선   임금이 수라상에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것.

 

수반   물에 만 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