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싼 게 비지떡

튼씩이 2015. 11. 19. 20:02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11. 17.(화요일)

주모는 “싼 것은 비지떡입니다. 가다가 출출할 때 드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먼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주는 정이 듬뿍 담긴 선물이죠.
이렇게 본래 뜻은 남을 배려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뜻이 크게 바뀐 거죠.

안녕하세요.

오늘 제가 일하는 곳에서 전국 4-H중앙경진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1천여 명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올해는 비가 와서 장이 서지 않았지만, 예년에는 막걸리 파는 장도 섰었는데…….

오늘은 비지떡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흔히 우리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합니다.

비지떡은
비지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넣고 반죽하여 둥글넓적하게 부친 떡인데,
어쩌다 보니 보잘것없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옛날
충북 제천의 봉양면과 백운면 사이 고개인 박달재는 지방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박달재 근처 산골 마을엔 주로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들이 들렀던 작은 주막이 있었습니다.
그 주막의 주모는 하룻밤 묵고 떠나는 선비들에게 늘 보자기에 싼 무언가를 선물로 주었는데 선비들이 “싼 물건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주모는 “싼 것은 비지떡입니다. 가다가 출출할 때 드세요.”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먼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주는 정이 듬뿍 담긴 선물이죠.
이렇게 본래 뜻은 남을 배려하고 정을 나누는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뜻이 크게 바뀐 거죠.

요즘 비가 자주 내립니다.
덕분에(?) 비지떡 생각이 자주 나네요. ^^*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로켓과 로케트]

안녕하십니까?

어제 북한에서 로켓을 쐈네요.

오늘 이야기는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rocket을 우리말로 적을 때 '로켓'으로 적어야 하는지 '로케트'로 적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먼저 우리는 로켓이라 적고 북한은 로케트라고 적습니다.
우리는 짧은 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 파열음([p], [t], [k])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에 따라
로봇(robot), 로켓(rocket), 라켓(racket)으로 씁니다.

좀더 들어가 보면,
외래어 표기에서 영어의 표기는 그 낱말의 철자가 아닌 발음에 따라 적습니다.
그 발음을 국제음성기호에 맞춘 한글대조표에 따라 적습니다.
우리 맞춤법에 짧은 모음 다음의 어말 무성 파열음([p], [t], [k])은 받침으로 적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보기를 들어보면,
'robot'의 '-bot'에 있는 'o'는 짧은 모음으로 발음되기 때문에
그 뒤에 오는 무성 파열음으로 발음되는 자음 't'를 받침으로 적으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robot'의 't'는 '으'를 붙여 '로보트'와 같이 적는 것이 아니라,
'로봇'과 같이 받침에 적는 것입니다.
(관련 규정 : <외래어 표기법> 제3장 표기 세칙, 제1절 영어의 표기, 제1항)
로켓과 라켓도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오늘 이야기는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rocket을 우리말로 적을 때 '로켓'으로 적어야 하는지 '로케트'로 적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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