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123(성제훈)

우리말, 갈갈이와 갈가리

튼씩이 2015. 11. 19. 20:09

삶과 함께하는 우리말 편지

2015. 11. 18.(수요일)

가을에 땅을 가는 것을 '가을갈이'라고 하는데, 이 준말이 '갈갈이'입니다.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을 뜻하는 '가리가리'의 준말이 '갈가리'입니다.

안녕하세요.

가을비 치고는 자주 내리네요.

이런 가을에는 벼를 베 낸 논을 갈아 엎어 줍니다. 그래야 땅이 숨을 쉴 수 있으니까요.
가을에 땅을 가는 것을 '가을갈이'라고 하는데, 이 준말이 '갈갈이'입니다.
갈갈이를 하면
땅속에 있는 병균이나 해충 따위가 밖으로 나와 겨울에 얼어 죽고,
속에 있는 흙이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빗물 등에 따라 흙의 성질이 좋아지고,
땅 표면에 있던 유기물이 땅속으로 들어가서 이듬해 씨뿌리기 전에 거름이 되는 등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갈갈이'와 달리 '갈가리'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을 뜻하는 '가리가리'의 준말로
'편지를 다 읽고 나서 갈가리 찢어 휴지통에 넣었다, 옷은 개의 발톱으로 갈가리 찢겨 있었고'처럼 씁니다.

이렇게 '갈가리'와 '갈갈이'는 뜻이 전혀 다릅니다.

비가 좀 그쳐야 갈갈이를 할텐데 걱정입니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로 많은 이들의 마음이 갈가리 찢겼을 겁니다.
테러는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합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9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속는 셈 치다]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가 참 좋죠?
그렇게 햇볕은 좋은데 막상 나가보면 좀 쌀쌀하더군요.
봄치고 좀 쌀쌀합니다.

오늘은 '치고'를 알아볼게요.
처음치고, 봄치고... 속는 셈 치고...

'치고'는 토씨(조사)로 쓰일 때와 움직씨(동사)로 쓰일 때로 가를 수 있습니다.
토씨로 쓰일 때는 "그 전체가 예외 없이"라는 뜻과 "그중에서는 예외적으로"라는 뜻이 있습니다.
토씨이므로 앞말과 붙여 씁니다.
나중에 보자는 사람치고 무서운 사람 없다더라, 눈이 온 날씨치고 포근하다, 남의 목숨 초개처럼 아는 사람치고 제 목숨은 천금처럼 알고 떨지 않는 사람 없다더니…처럼 씁니다.
이때는 흔히 뒤에 부정의 뜻을 더하는 낱말이 옵니다.

움직씨로 쓰일 때는 뭔가를 인정하거나 가정할 때 씁니다.
그는 내 작품을 최고로 쳤다, 나는 그의 능력을 높게 친다, 속는 셈 치고 이번에는 넘어가자, 그냥 먹은 셈 칠게요처럼 씁니다.
이때는 움직씨이므로 마땅히 앞말과 띄어 써야 합니다.

밖에 벚꽃이 활짝 피었네요.
진짜입니다. 속는 셈 치고 나가보세요.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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