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나, 기리유 에리코가 가장 사랑하는 지로는 세상에서 사라져 있었다. 지로는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던 나를 유일하게 사랑해 주었던 남자였다. 경찰은 그가 자동차로 사람을 치어 죽였다는 사실에 비관하여, 회랑정에서 나와 동반자살하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다. 그는 동반자살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난 잘 알고 있다. 이치가하라 집안사람들이 회랑정이라는 료칸에 모인 날 밤, 유산에 눈이 먼 그들 때문에 지로는 자살당했다.
사랑하는 지로를 앗아간 범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는 노파로 분장하고 회랑정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재벌 이치가하라가 남긴 막대한 유산의 행방이 공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나는 범인의 방에 숨어 들어가 목을 힘껏 졸랐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미 죽어 있는 게 아닌가. 내가 노렸던 범인을 죽인 또 다른 인물은 누구일까. 그는 왜 범인을 죽여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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