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이야기/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얼레빗) 3397. 임금이 백성과 하나 되기, 술을 내려주다

튼씩이 2016. 10. 3. 14:37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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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349(2016). 10. 02



“우부대언(右副代言, 승정원 종3품 벼슬) 원숙(元肅)을 보내어 성균관(成均館)에 궁온(宮, 궁중술)을 주었다. 생도(生徒)들이 두 의정(議政, 영의정ㆍ좌의정ㆍ우의정) 이하 여러 관각 제학(館閣提學, 홍문관ㆍ예문관ㆍ규장각의 종2품 벼슬)에게 율시(律詩)로 시험을 보기 때문이었다. 술이 1백 병인데, 어육(魚肉)을 갖추었다.”

위는 《태종실록》 태종 17년 9월 9일 “원숙을 보내어 성균관에 궁온(임금이 내리는 술)을 주다”라는 제목의 기록입니다. 조선 임금들 대부분은 백성을 사랑하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았는데 특히 공부를 하는 유생들에겐 공부를 격려하는 뜻으로 술과 고기를 내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태종은 이듬해 8월 술 50 병과 말린 노루, 사슴고기를 성균관에 내려 주었는데 이때 태종은 유생들에게 흥겹게 놀라고 당부하기까지 했습니다.

또 조선시대 임금들은 과거시험 급제자에게 어사화와 함께 술과 과일을 내려주는 게 관례였고, 당상관(정3품 이상의 벼슬)을 지낸 이들 가운데 70살 이상이 되어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에게 술과 고기를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궁궐에서 당직을 하는 벼슬아치나 군사, 왕릉을 지키는 능지기, 빙고에 채울 얼음을 뜨는 군사들에게도 술을 내렸지요. 그뿐만 아니라 세조는 의금부와 전옥서 옥에 갇힌 죄수들에게 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술은 임금이 백성과 하나 되는 매개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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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말 시조 283 >

가을 별자리



열매 달 갈 하늘은 크디 큰 네모 꼴

그곳서 뒷마 함께 씨 뿌리고 가을 하면

골 해를 길이 빛내고 살림도 푸짐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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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 달 : 9월
* 큰 네모 꼴 : 페가수스의 몸통 부분을 이루는 별자리
* 뒷마 : 남북
* 가을 : 가을걷이, 추수
* 골 해 : 만년

권세와 돈벌이 독버섯이 막 피고 있는 시끄럽고 아니꼬운 세상이니 때로는 하늘을 우러러 별자리를 쳐다보면서 뜻하지 않게 때 묻은 맘을 씻어 내어 새 힘을 돋워 나아가야만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가을하늘 페가수스의 네모난 별자리에서 남북이 함께 씨 뿌리고 가을하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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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 한국문인협회 회장 김리박

소장 김영조 ☎ (02) 73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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