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전형필 5

(얼레빗 제4725호) 기와집 스무 채 값의 ‘청자상감운학문매병’

“구름 사이로 학이 날아올랐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스무 마리, 백 마리……. 구름을 뚫고 옥빛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불교의 나라 고려가 꿈꾸던 하늘은 이렇게도 청초한 옥색이었단 말인가. 이 색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영원의 색이고 무아의 색이란 말인가. 세속 번뇌와 망상이 모두 사라진 서방정토(西方淨土)란 이렇게도 평화로운 곳인가.” 위는 《간송 전형필(이충열, 김영사)》에 나오는 글로 간송이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磁象嵌雲鶴紋梅甁)”을 보고 중얼거렸다는 말입니다. 뒤에 국보로 지정된 이 매병은 원래 전문도굴꾼 야마모토가 강화도 한 고분을 도굴하여 고려청자 흥정꾼 스즈끼에게 1천 원에 팔아넘긴 뒤 마에다 손에 왔을 때는 2만 원으로 뻥 튀겨져 있던 것을 간송 전형필 선생은 흥정 한 번..

일제강점기 전형필이라면 광복 뒤에는 윤장섭

일제강점기 전형필이라면 광복 뒤에는 윤장섭 우리는 일제강점기 온 재산을 털어서 나라 밖으로 팔려나가는 문화재를 수집한 간송 전형필을 압니다. 그는 문화재를 지키는 것으로 또 다른 독립운동을 했지요.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전형필이 있다면 광복 뒤에는 윤장섭이 있습니다. 윤장섭은 개성 출신으로 6.25전쟁 이후 쏟아져 나온 많은 문화재가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우리의 문화재를 수집·보존하기 시작합니다. 그 뒤에는 당시 미술사학계의 3대 대가인 최순우, 황수영, 진홍섭 같은 개성 선배들이 있었지요. 1974년 1월 국립중앙박물관장 최순우에게 편지 한 장과 도자기 몇 점이 배달되었습니다. “품평 앙망하나이다. ① 백자상감모란문병 200만 원 ② 분청사기철화엽문병 250..

(얼레빗 4623호) 재미난 원숭이 모자 모습의 연적

서울 을지로 DDP살림터 간송유물관에는 국보 제270호 이 있습니다. 이 연적은 높이 9.8㎝, 몸통 지름 6.0㎝의 크기인데 어미원숭이가 앉아서 새끼원숭이를 안아주려고 하는데 새끼원숭이가 두 손으로 밀어내는 해학적인 모습을 형상화한 연적입니다. 연적 모양을 보면 어미원숭이의 머리에는 물을 넣는 구멍이, 새끼의 머리에는 물을 따라내는 구멍이 뚫려 있지요. 그리고 어미원숭이의 눈ㆍ코ㆍ입과 새끼원숭이의 눈에는 짙은 철사(鐵砂) 물감으로 점을 찍었습니다. ▲ 국보 제270호 , 간송유물관 소장 그런가 하면 바닥에는 유약을 닦아내고 내화토(耐火土)로 눈을 받쳐 구운 흔적이 남아 있으며, 바탕흙은 맑고 푸른 잿물로 전면에 곱게 발라 은은한 광택이 나타납니다. 12세기 중반 무렵 순청자(純靑磁)의 전성기에는 오리ㆍ..

다시 찾은 소중한 문화유산 기념우표

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문화, 선조들의 지혜와 풍속을 담고 있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6·25 전쟁 등을 거치며 많은 문화재가 외국으로 반출되었습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외 문화재 환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문화재청과 협력하여 환수문화재를 주제로 한 ‘다시 찾은 소중한 문화유산’ 기념우표를 발행합니다. 문화재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현재(2021년 3월) 전 세계 21개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가 총 19만 3천여 점에 달한다고 합니다. 약탈된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국보급 문화재 환수는 국가 간 합의가 뒤따라야 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되찾은 문화재들도 있어..

(얼레빗 4393호) 문화유산의 큰 수호자 간송 전형필 선생

“간송의 수집품을 거론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한국 미술사를 논할 수 없다.”라고 평가받고 있는 간송 전형필 선생은 114년 전인 1906년 오늘(7월 29일) 태어났습니다. 자신의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많은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은 국보 제68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靑磁象嵌雲鶴紋梅甁)”을 흥정도 하지 않은 채 기와집 스무 채 값을 주고 사, 이 귀한 매병이 일본으로 넘어가는 걸 막았습니다. ▲ 간송 전형필 선생(1906~1962),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구름 사이로 학이 날아올랐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열 마리, 스무 마리, 백 마리……. 구름을 뚫고 옥빛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갯짓을 한다. 불교의 나라 고려가 꿈꾸던 하늘은 이렇게도 청초한 옥색이었단 말인가. 이 색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영원의 색이고 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