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 33

‘아웃바운드’ 대신 ‘국외여행’

장기간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많은 사람의 관심이 최근 여행과 관광에 몰리고 있다. 인터넷에서 여행 관련 기사를 검색해본 사람이라면 ‘SIT’라는 용어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SIT’가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지 알 수 없어서 그 뜻을 찾아보았더니 ‘Special Interest Tourism'을 줄여 부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즉 관심 분야에 적합한 여행지를 방문하여 그 지역의 고유한 체험 활동을 하는 특수한 목적을 지닌 관광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특수 목적 관광’이다. ‘SIT’라는 용어를 앞세우고 그 뒤에 ‘특수 목적 관광’이라는 표현을 덧붙인 기사문도 보인다. 그러나 애초에 ‘SIT’ 대신 ‘특수 목적 관광’이라고 쓸 수는 없는 것일까?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 쉽게 쓰기 ..

국어책임관을 아시나요?

공공기관에서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가 많다. '국유재산의 관리, 보관을 해태하지 않겠습니다', '가로수 식재 사업 비용 지변 계획서'와 같이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다면, 정확한 의사소통에 방해가 될 것이다. 이와 비슷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국어기본법으로 ‘국어책임관’이라는 직책을 마련해 두었다. 국어기본법에 의하면, 국어책임관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공무원이나 정책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올바른 국어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구청, 시청, 세무서 등 공공기관마다 국어책임관이 존재하고 있다. 국어책임관의 가장 대표적인 업무는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공공언어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국민 말 높이에 맞게

어느 공무원이 자기네 부서의 외국어 용어 사용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 추진 TF’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 한글문화연대에서 ‘TF’ 대신 적절한 우리말 용어로 바꿔 한글로 적으라고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국어기본법에서는 공문서 등은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를 사용해 한글로 적으라고 한다. 사정을 들어보니 이미 2년 전부터 사용하던 사업 이름이고 몇 차례 그 이름으로 회의도 했기 때문에 지금 이름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사업 관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고, 우리말로 쓰면 뜻이 달라지는 것 같단다. 사실 관계자들끼리만 쓰고 있는 일종의 전문용어라면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일이다. 영어를 쓰든 중국어를 쓰든 러시아어를 쓰든 자기들끼리 소통만 된다면 무슨 문제겠는가...

국민 알 권리 보장할 말 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한다. 사람 하나가 빠지면 그만큼 빈자리가 크게 다가온다는 속담이다. 말은 그 반대다. 든 자리는 표가 나도 난 자리는 모른다. 정부 당국자들이 외국어를 남용하면 저래도 되나 싶다가도 그걸 사용하지 않으면 평소에 외국어를 남용하는지 어떤지 눈치채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온갖 외국어가 등장했다. 코호트 격리, 팬데믹, 에피데믹, 엔데믹, 글로브 월,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부스터샷, 트래블 버블, 포스트 코로나, 위드 코로나, 롱코비드…. 마치 국민 외국어 교육시키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거기에 평소 공무원들이 입버릇처럼 사용하는 외국어 용어까지 가세해 사태 파악을 어렵게 만들곤 했다. 지난해 10월 중순 단계적 일상회복 지원위원회에서는 ‘단계적 일..

길거리가 어지럽다

간판은 왜 달까? 비싼 돈을 들여 다는 것인 만큼 다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서울 시내 거리에 나가면 수많은 간판이 달려있다. 우리말글 문제를 떠나서 저 간판은 제구실을 하고 있을까? 상표를 다루는 변리사로서 길거리에 있는 간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길거리에 ‘CHANEL’이라 적힌 간판이 있다. 이걸 어떻게 소리 낼까? 영어로 공부한 사람은 ‘채널’이라 읽을 텐데, 실제는 ‘샤넬’이라 한다. 프랑스 말이기 때문이다. ‘RAISON’이란 이름을 단 담배가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다. 내가 담배를 피울 때 ‘레이슨’ 달라고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레종이라 부른단다. 담뱃갑 어디에도 담배 이름이 그렇다고 표기하지 않아 더더욱 고약하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여기가 한글을 쓰는 대한민국 서..

575돌 한글날 기념, 2021년 우리말 사랑꾼에 한국도로공사와 김정섭 공주시장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는 575돌 한글날을 맞아 올바른 우리말 사용과 공공언어 쉽게 쓰기에 앞장선 2021년 ‘우리말 사랑꾼’으로 한국도로공사와 공주시장 김정섭을 뽑았다. 우리말 환경을 어지럽힌 ‘우리말 해침꾼’으로는 쓸데없이 외국어를 남용한 문화방송 출연진과 제작진을 뽑았다. 한국도로공사(사장 김진숙)는 2020년 5월부터 고속도로 전문용어 표준화 사업을 추진하여 고속도로 건설 현장과 도로 운영 관리에서 사용하던 ‘데나우시, 단도리’ 등의 일본어 잔재, ‘블랙 아이스, 아이시(IC)’ 등의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2021년에는 국토교통부를 통해 전문용어 표준화를 추진하였다. 한국도로공사에서는 위 용어를 포함하여 모두 243개의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2020년 한글날에 ‘우리 길 우리..

(얼레빗 4610호) 우리말에 억지로 한자를 꿰맞추는 사전들

지난 5월 27일 국립국악원은 매주 한 편, ‘국악인’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GugakIN 人’입니다. 한글은 전혀 없고, 알파벳과 한자를 섞어 이상한 글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제14조 제1호의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라는 조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제나라 말과 글을 사랑하지 않고 외국어 쓰기는 즐기는 이러한 행태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행태는 국어사전들의 잘못된 이끎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말글연구회 회장을 지낸 고 정재도 선생은 “우리 사전들에는 우리말에다가 당치도 않은 한자를 붙여 놓은 것이 많다. 우리말이 없었다는 생각에서 그런 잘못을 저지르는데 우리는 한자 없이도 우리말을 쓰는 겨레다..

국립국어연구원에서 국립국어원으로

국립국어연구원은 2004년 「문화관광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따라 국립국어원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국가 수준의 거시적인 언어 정책 수립에서부터 국민의 생활에 필요한 자세한 기준 제시까지 언어 정책 수립과 집행을 일원화해 추진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오늘의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어민족문화과에서 수행하던 국어 정책 개발 기능을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이관했습니다. 이로써 국립국어원은 국어 정책 개발과 국어 연구 기능을 총괄하는 언어 정책 기관으로 자리매김합니다. 기관명에서 ‘연구’를 제외한 것은 ‘국어 연구’뿐만 아니라 ‘국어 정책 개발과 홍보’, ‘국어 생활 연구와 이바지’, ‘국어 진흥’ 등으로 기관의 기능을 확대하려는 정책 방향을 드러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