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경 신라 임금 비처왕이 남산 그늘 아래 길을 거닐다가 어느 정자 근처에서 울고 있는 까마귀와 쥐를 만났습니다. 쥐가 말하기를 까마귀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 보라 했지요. 기이한 일인지라 왕은 쥐가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왕이 까마귀가 이끄는 곳에 이르러 만난 것은 서로 싸우고 있는 돼지 두 마리였습니다. 그 장면을 보다가 까마귀 간 곳을 놓치고 말았는데 갑자기 못에서 한 늙은이가 나와 왕에게 글이 적힌 종잇조각을 하나 내밀었지요. 그 글 겉봉에, ‘이 글을 열어 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어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왕이 두 사람이 죽기보다는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 여겨 글을 열어 보지 않으려 했으나 옆에서 나랏일에 관한 것들을 앞서 예견하는 일관日官이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