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소통망 55

누리소통망에서 사용되는 잘못된 그림말의 문제점

가족과 저녁 밥을 고민할 때, 회사에서 가벼운 대화를 나눌 때 등 사람들은 타인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도 있지만, 개인 휴대전화의 누리소통망을 통해 간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는 이 생활이 편리하고 익숙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주는 불편하고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 누리소통망 속 대화의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외국어와 외래어가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누리소통망에서 사용되는 그림말(이모티콘)도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 그림말이 우리말의 소중함을 얼마나 둔감하게 만드는지 심각성을 알아보고, 그림말을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대표적인 누리소통망 카카오톡에서는 ‘그림말(이모티콘)’ 항목을 따로..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대통령 집무실 입구에서 아침마다

단언컨대 요즘 우리 주변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신종 외국어는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이라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언론과 누리소통망 등의 공론장에 이 용어가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들과의 실시간 소통’을 표방하며 용산 집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현안에 관련해 간단한 문답을 나누면서부터다. 그래서 ‘도어스테핑’이라는 용어는 곧 ‘취재원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간단히 주고받는 문답/회견’을 일컫는 말처럼 알려졌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정확한 뜻일까? 이 말을 사용하는 기자들이 이런 의문을 품고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했다고 한다. 과연 지금의 취재 형식을 이 말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우리말로 순화한다면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이번 새말모임 회의에서는 이..

언어의 숨겨진 힘 -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야기의 힘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또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불리는 ≪천일 야화≫는 인간의 그러한 특성을 극적으로 드러낸 이야기이다. ≪천일 야화≫에서 페르시아 사산 왕조의 샤푸리 야르 왕은 아내의 불륜을 목격한 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 세상의 모든 여자를 증오하게 된다. 그래서 왕은 날마다 새 신부를 맞이한 후 다음 날 동이 트면 아무리 빼어난 미모의 여인이더라도 가차 없이 죽여 버렸다. 그런데 왕은 ‘세헤라자데’라는 이름의 여인만은 죽이지 못했다. 세헤라자데가 밤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세헤라자데의 이야기를 듣다가 동이 트면, 왕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세헤라자데를 하루씩 더 살려 주곤 했다. 그렇게 1,001일 동안 세헤라자데가 ..

언어의 숨겨진 힘 - 익명의 눈가리개를 쓴 '악플'

과거에는 정보의 생산자와 수용자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으며 정보의 전달은 언제나 일방적으로 이루어졌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 또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을 벌일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활성화되면서 인터넷은 개인의 ‘표현의 자유’ 실현을 극대화하였다고 평가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온라인 공간에 타인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악의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글, 일명 ‘악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악플은 ‘악성 리플(reply)’의 준말로 ‘악성 댓글’이라고도 한다. 상대방을 마주한 상황에서는 결코 입 밖에 낼 수조차 없을 욕설과 비난이 유독 온라인에서 독버섯처럼 돋아난 이유는 무엇일까? ‘투명 망토’가 주는 쾌감 온라인상에서 한 개인..

우리말과 거리 두는 무인 단말기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는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비대면의 시대를 열었다. 서로가 혹시나 보균자이진 않을까 조심하며 접촉을 최소화하는 일상이 계속되며 많은 기업과 관공서에서는 ‘무인화’ 열풍이 불었다. 코로나19 이후 1년이 지나 비대면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인 2021년 3월, 많은 언론에서 앞다투어 누리소통망에 올라온 사연을 소개했던 적이 있다. 다음은 그 내용을 간략히 옮긴 것이다. “엄마가 햄버거 먹고 싶어서 집 앞 가게에 가서 주문하려는데 키오스크를 잘 못 다뤄서 20분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왔다고, 화난다고 전화했다. 말하시다가 엄마가 울었다. 엄마 이제 끝났다고 울었다.” 이 글은 1만 4천회 넘게 공유될 정도로 뜨거운 감자였고, 이런 현상에 대해 ‘디지털 소외’ 또는 ‘디..

부스터 샷이 뭐에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단어가 2020년 3월부터 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팬데믹의 뜻은 ‘세계적인 대유행’이다. 아마도 적지 않은 국민이 이 단어의 의미를 몰라 더욱 공포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요즘 가장 뜨거운 단어는 '방역 패스’와 ‘부스터 샷'이다. 정부가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유효기간제를 시행하면서 기본접종 후 6개월이 지나면 부스터 샷(3차 접종)을 맞아야 접종 완료자로 인정받는다. 방역 패스와 부스터 샷은 뜻을 한 번에 유추하기 어렵다. 기사에서도 해당 단어 앞뒤로 괄호를 첨가해 추가 설명을 덧붙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 부스터 샷에 추가 설명을 덧붙이는 기사들 부스터 샷(booster shot)이라는 단어를 분석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스터(booster)는 ‘..

외국인이 보는 한글은 어떨까?

▲ 맥도날드와 방탄소년단이 협업한 한글 티셔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성동일’이 적힌 의류 요즘 한류로 한국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맥도날드는 약 한 달간 49개국에서 ‘비티에스(BTS) 세트’를 판매했다. ‘비티에스(BTS) 세트’는 맥도날드가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메뉴이다. 세트에 함께 나오는 소스 두 가지는 포장지에 소스 이름이 각각 한글로 적혀있고 맥도날드 직원은 ‘비티에스(BTS) 세트’ 판매 기간 동안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에는 한글로 ‘ㅂㅌㅅㄴㄷ’과 ‘ㅁㄷㄴㄷ’라는 한글 자음이 적혀있다. 각각 방탄소년단과 맥도날드의 한글 자음이다. 이에 해외 누리꾼은 “나도 저 티셔츠가 갖고 싶다”, “당장 맥도날드 직원에 지원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

헬로, 안녕하세요 1

오늘부터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세계 으뜸글자 한글은 조형에서도 과학적인 창제 방식이 드러난다.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한글의 조형성을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려는 작업이 시도되고 있다. 여기 “한글 엽서 디자인”은, 서울여대 시각디자인과 한재준 교수가 진행하는 활자꼴을 만들거나 다루는 기초 디자인 과정에서 이끌어낸 학생들의 결과물이다. 이 실습 과정은, 수년 전부터 ‘한글디자인’ 또는 ‘타이포그래피’ 과목의 기초 실습 과정에서 진행해 왔는데 ‘헬로(hello)’ 대신 ‘안녕’ 또는 ‘안녕하세요’를 멋지게 디자인해서 한국어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작된 온라인 실습을 강화하여 더욱 알차게 준비한 결과를 누리소통망(sns)을 통해서 널리 알리..

읽기 좋은 글, 듣기 좋은 말 - 눈으로 하는 언어생활

옆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는 버스의 옆면에 큼지막하게 써진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사랑…. 해 보셨습니까?” 새로 나온 영화를 홍보하는 문구 같다. 단순한 의미인데, 스치는 찰나에도 보는 이에게 여운을 남긴다. 그저 묻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슴 아픈 사랑을 곁에 앉아 전해 듣는 기분이라 할까? ‘광고주의 성공은 소비자의 실패’란 말을 알면서도 글에다가 큰따옴표까지 써 가며 전하는 메시지에 모든 경계를 풀어 버렸다. 문장 부호의 힘을 그렇게 크게 느껴본 적은 처음이었다. 문장 부호를 잘못 쓰거나 안 써서 문제가 생긴 경험이 있는가? 영어 받아쓰기를 처음 할 때 겪은 일이다. 문장 끝에 마침표를 안 찍어서 애써 외워 쓴 10문제에서 0점을 받았다. 소릿값도 없는 마침표가 점수를 결정하다니! 그렇지만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