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김홍도 9

김홍도를 최고의 화가로 키운 강세황

김홍도를 최고의 화가로 키운 강세황 저 사람은 누구인고? 수염과 눈썹이 새하얀데 머리에는 사모(벼슬아치들이 관복을 입을 때 쓰는 모자)를 쓰고 몸에는 평복을 입었으니 마음은 산림에 가 있으되 이름은 조정의 벼슬아치가 되어 있구나. 가슴 속에는 수천 권의 책을 읽은 학문이 있고, 또 소매 속의 손을 꺼내어 붓을 잡고 휘두르면 중국의 오악을 뒤흔들만한 실력이 있건마는 사람들이 어찌 알리오. 나 혼자 재미있어 그려봤다! 조선 후기의 문인이자 화가로 문단과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던 표암(豹菴) 강세황(姜世晃, 1713∼1791년)이 자화상을 그리고 쓴 화제(畫題)입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 60년을 벼슬 한 자리 하지 못했어도 스스로 대단한 학식과 포부가 있다고 생각하며 절치부심 자신을 닦았습니다. 그가 지은..

(얼레빗 4612호) 스승과 제자의 사랑, 김홍도 그림 '서당'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는 조선후기 대표적인 도화서 화원으로, 한국적이고 운치 있는 멋진 작품을 그린 화가입니다. 그런가 하면 ‘씨름’, ‘무동’, ‘빨래터’, ‘점심’ 같은 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소박하고 사실적인 그림 곧 풍속화를 많이 그렸지요. 여기 '서당'이란 이름의 그림도 역시 그러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당시 서당에서 공부할 때 일어난 재미난 풍경을 묘사한 것입니다. ▲ 스승과 제자의 사랑을 그린 김홍도의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그림을 보면 가운데서 한 손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회초리가 훈장 옆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동몽선습》이나 《명심보감》을 외우지 못해 방금 종아리라도 맞은 모양입니다. 이를 바라보는 다른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하..

(얼레빗 4486호) 김홍도의 천재성에 날개를 달아준 강세황

우리는 조선시대 으뜸 화원으로 단원 김홍도(金弘道)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원은 풍속화를 독창적으로 담아낸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요. 그런데 그가 그렇게 뛰어난 화원이 된 데에는 표암 강세황(姜世晃)의 공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단원이 7~8살 되던 무렵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표암은 그를 아끼며 글과 그림을 가르친 뒤 도화서에 천거하여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합니다. 심지어 표암은 호랑이 그림의 표준작이라 평가를 받는 등의 그림을 함께 그렸지요. 표암은 오른쪽 위에 ‘표암화송(豹菴畵松)’이라 적었고, 단원은 왼쪽 아래에 그가 40대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호 ‘사능(士能)’을 적어 놓았으며, 소나무는 표암이, 호랑이는 단원이 그렸지요. 그런데 이 작품은 윗부분에 소나..

(얼레빗 4461호)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대장간과 화가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위는 김광규 시인의 “대장간의 유혹”이란 시입니다. 우리는 조선 풍속도의 대가라고 하면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 ~ ?)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 김홍도의 그림 가운데 “대장간”이 있는데 또 다른 풍속화가 김득신(金得臣, 1754 ~ 1822) 그림에도 “대장간”이 보입니다. 김득신은 김홍도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김득신의 ‘대장간’은 김홍도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

(얼레빗 4408호) 김준근 그림으로 보는 100년 전 풍속

100~200년 전 우리 겨레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당시는 카메라가 발달하지 못한 때여서 전하는 그림으로 겨우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긍재 김득신(金得臣) 등의 풍속화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그림들입니다. 그런데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화가 기산(箕山) 김준근(金俊根)은 우리에게 1,500여 점이 넘는 풍속화를 남겨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100년 전 사람들의 풍속을 잘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10월 5일까지 특별전이 열리고 있지요. 그리고 어제 8월 18일에는 이 특별전 연계 비대면 학술대회를 공식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tnfmk)로 연 바 있습니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1976년..

(얼레빗 4397호) 소통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자리 평상

“좌탑은 네 모서리에 장식이 없고, 큰 자리를 얹어놓는다. 관사 안에 지나다니는 길 사이에 두고, 관리들이 쉴 때 사용하였다. 와탑은 3면으로 난간이 세워져 있으며, 비단 보료가 깔리고 큰 자리가 놓여 있다. 단지 임금과 높은 벼슬아치와 관련한 의식이 있거나, 중국 사신을 접대할 때만 사용한다.” 중국 송(宋)나라 관리로 고려 인종(仁宗) 원년(1123)에 사신으로 온 서긍(徐兢)이 지은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이렇게 좌탑(坐榻)과 와탑(臥榻) 곧 평상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 자개평상(平床), 98.5×98.5×47, 국립민속박물관 김시습(金時習, 1435~1493)은 산중에 열 가지 경취(景趣)를 말했는데, 그 가운데는 평상 위에서 글 읽는 것도 들어 있습니다. 조선 후기 선비 화가..

(얼레빗 4375호) 몰락한 집안에서 조선 으뜸 문인화가 된 심사정

“겸재 그림은 말년에 더욱 능란해지고 신기해져 현재 심사정과 더불어 이름을 나란히 하며, 세상에서는 겸현(謙玄)이라고 일컬지만, 그 아담한 정취는 현재에 미치지 못한다고도 한다.” 이 말은 조선 후기의 문신 김조순이 겸재 그림을 평한 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김조순은 우리가 익히 아는 겸재 정선이 현재 심사정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는군요. 요즘 사람들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는 웬만하면 알지만 현재(玄齋) 심사정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 조선의 으뜸 문인화가 심사정의 , 한국미술사의 기념비적 명작으로 꼽힌다. 심사정(沈師正, 1707~1769)은 조선 후기 2백 년을 대표하는 화가로 사람들이 일컫는 3원3재(三園三齋,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오원 장승업, 겸재 정선, 관아재 조영석, 현재 심사정) ..

(얼레빗 4393호) 벼슬하지 않고 시나 읊으며 살아가리

지창토벽 紙窓土璧 흙벽에 종이창 내고 종신포의 終身布衣 평생 벼슬하지 아니하며 소영기중 嘯咏其中 시(詩)나 읊으며 살아가리 ▲ <포의풍류도>, 김홍도, 종이에 수묵담채, 27.9×37㎝, 개인소장 단원 김홍도의 그림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의 화제(畵題)입니다. 그림 속에는 ..

(얼레빗 4104호) 그림 속의 자리짜기ㆍ물레질 그리고 책읽기

한국문화편지 4104호 (2019년 06월 20일 발행) 그림 속의 자리짜기ㆍ물레질 그리고 책읽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04][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첩》에는 <자리짜기>라는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그림 속에서 탕건을 쓴 것으로 보아 몰락한 양반으로 보이는 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