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8

길가메시여,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길가메시여,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그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서둘러 대장간으로 갔네. 거기서 대장장이들이 앉아 의논했네. 그들은 멋진 손도끼들을 만들었고, 도끼의 무게는 각각 3달란트였네. 길가메시여, 힘에만 의지하지 말고 멀리, 골똘히 보시기를, 믿을 수 있는 일격을 가하시기를! '앞에 가는 자가 동행자를 구제하며, 길을 아는 자가 친구를 보호하리라.' - 작자 미상, 앤드류 조지 편역의 《길가메시 서사시》 중에서 - * '길가메시 서사시'. 인류 최초의 신화를 점토판에 풀어낸 가장 오래된 대서사시입니다. 인간의 근원적 질문인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등에 대한 고대 수메르인들의 생각과 세계관이지만 오늘에도 적용할 수 있는 현답이 담겨 있습니다. 전쟁과도 같은 삶에서 3달란트(약 100kg, 1달란트는 2..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 자식을 살릴 수 없다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 자식을 살릴 수 없다 듣자 하니 젖을 먹일 여종 학덕이가 태어난 지 서너 달 된 자기 아이를 버려두고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고 하더구나. 이는 학덕의 아이를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근사록(近思錄)』에서는 이러한 일을 두고 말하기를 ‘남의 자식 죽여서 자기 자식 살리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하다’라고 했다. 지금 네가 하는 일이 이와 같으니, 어쩌면 좋으냐, 서울 집에도 젖을 먹일 만한 여종이 있을 것이니……. 퇴계(退溪) 이황(李滉, 1501∼1570년)이 손자 이안도에게 보낸 편지 일부입니다. 이안도의 아들, 곧 이황의 증손자는 어미의 젖을 먹을 수 없었지요. 그래서 이안도는 대신 젖을 먹여 키워줄 여종 학덕을 보내달라고 하지만, 이황은 해산한 지 얼마 안 된 여종 학덕에게 자..

멋쟁이를 만드는 멋장이

요즘엔 화장품 가게들에 밀려나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옛날에는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화장품을 파는 여인네들이 많았다. 그녀들은 화장품만 파는 게 아니라, 집밖으로 나가기 힘든 마을 아낙들의 얼굴을 가꾸어 주는 ‘출장 분장사’ 노릇까지 떠맡았었다. 바로 이들을 대신하여 생겨난 직업이 오늘날의 이다. 얼굴 못지않게 여자의 겉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머리 모양새이다. 마을 아낙들의 머리를 손질해 주고 온갖 수다까지도 다 받아 주던 직업이 미용사였다. 그런데, 미용실이 차츰 내부 장식이 화려해지며 ‘헤어 살롱’으로 바뀌더니, 미용사는 이제 로 불린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옷은 입기에 따라 사람의 겉모습을 초라하게도, 근사하게도 만든다. 하지만 옷맵시를 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남의 ..

(얼레빗 4461호)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대장간과 화가들

“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 홍은동 사거리에서 사라진 털보네 대장간을 찾아가고 싶다 / 풀무질로 이글거리는 불 속에 시우쇠처럼 나를 달구고 / 모루 위에서 벼리고 숫돌에 갈아 / 시퍼런 무쇠낫으로 바꾸고 싶다 땀흘리며 두들겨 하나씩 만들어 낸 / 꼬부랑 호미가 되어 소나무 자루에서 송진을 흘리면서 / 대장간 벽에 걸리고 싶다" 위는 김광규 시인의 “대장간의 유혹”이란 시입니다. 우리는 조선 풍속도의 대가라고 하면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 ~ ?)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 김홍도의 그림 가운데 “대장간”이 있는데 또 다른 풍속화가 김득신(金得臣, 1754 ~ 1822) 그림에도 “대장간”이 보입니다. 김득신은 김홍도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김득신의 ‘대장간’은 김홍도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서는 ..

10월 16일 - 쑥 캐는 불쟁이네 딸, 쑥부쟁이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 ‘쑥부쟁이 사랑’, 정일근 - 들이나 산길을 걷다가 흔히 만나는 쑥부쟁이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