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게시판/우리말은 재미있다(장승욱)

105 – 성냥

튼씩이 2019. 7. 27. 14:28

성냥은 다른 말로 대장일이나 야장일이라고 한다. 대장(대장장이)이나 야장(冶匠)이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몽>의 인기 캐릭터인 모팔모(이계인)가 대장으로 불린 것은 대장(大將)이나 대장(隊長)이라는 뜻이 아니라 대장장이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성냥노리라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성냥불을 켜며 노는 놀이쯤 될 것으로 짐작되는데 아니다. 옛날 대장장이가 한 해 동안 쌓인 외상값을 받기 위해 세밑에 돌아다니던 일을 성냥노리라고 한다.

 

연장을 만드는 성냥과 불을 피우는 성냥은 동음이의어다. 성냥개비의 둥근 대가리를 성냥골이라고 하는데, 성냥골의 원료인 황()을 석유황(石硫黃)이라고도 한다. 석유황을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성뉴황이 되는데, 이것이 성냥의 말밑(語源)이다. 성냥은 한자말로 양취등(洋吹燈)이라고 한다.

 

일회용 라이터가 보급되면서 거의 사라졌지만, 전에는 집집마다 덕용 성냥인 통성냥이 필수품이었다. 덕용은 쓰기 편하고 이롭다는 뜻이다. 사각 목합(木盒), 원통, 팔각 등 다양한 형태였는데, 비사표(날개 달린 사자), 낙타표, 유엔, 화랑, 아리랑 같은 상표가 기억난다. 통성냥은 불같이 일어나라는 뜻에서 개업식 선물로도 많이 팔리던 물건이다. 그러면 통성냥 한 통에는 몇 개의 성냥개비가 들어 있었을까. 19834월에 생산된 아리랑 팔각성냥 뚜껑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덕용 성냥은 손으로 담던 것을 자동기계로 담기 때문에 차분하게 담겨져 흔들리는 소리가 나지만 법으로 정한 750개비 이상은 틀림없이 담겨졌습니다. 한 번 시험해 보세요. 보증합니다’. ‘차분하게 담겨져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는 건 무슨 말일까. ‘차분하게가 아니라 헐렁하게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어쨌든 콘택600’ 대신 아리랑 통성냥을 놓고 한 번 시험해 본백수들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성냥 () 무딘 쇠 연장을 불에 불이어 재생하거나 연장을 만듦.

 

쓰임의 예 이제는 사정이 있어 이곳으로 들어와 눌러앉은 대장장이 금생이한테 아예 성냥 일은 맡겨 버린 것이다.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서)

 

 

이 말만은 꼭 갈무리하자

 

성냥노리 옛날 대장장이가 한 해 동안 쌓인 외상값을 받기 위해 세밑에 돌아다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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