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3

맛의 말, 말의 맛 - 흥분의 도가니탕?

음식점에 가 보면 그 음식점에서 팔고 있는 음식이나 재료의 효능에 대해 길고도 자세하게 써 놓은 설명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문구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임금에게 바친 진상품이거나 임금과 관련된 일화들이 꼭 들어 있다. 몸에 좋다는 성분은 다 들어 있고, 먹기만 하면 원기가 왕성해질 것 같다. 그 증거는 우리의 옛 의서나 저명한 서양 학자의 연구에서 끌어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기저기서 따온 것들을 조합하다 보니 대부분의 문장이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이 되지 않는 비문이고, 맞춤법이 틀린 것도 부지기수다. 우리가 먹는 다양한 음식 중 ‘탕(湯)’의 대표 주자라 할 만한 설렁탕도 마찬가지다. 설렁탕 전문점의 벽면에 음식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빠지는 법이 없고, 그 내용은 당연히 임금과 ..

12월 29일 - 마누라 치맛감 사줄 돈으로 먹습니다

“시험으로 먹어 본다는 것이 한 그릇 두 그릇 먹기 시작을 하면 누구나 자미를 드려서 집에 갈 로자 돈이나 자긔 마누라의 치마감 사줄 돈이라도 안이 사먹고는 견듸지 못할 것이다. 갑이 눅은 것도 눅은 것이어니와 맛으로던지 영양으로던지 상당한 가치가 잇는 것이다. 自來(자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