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입양아와 다섯 살 입양아 고향을 떠나온 것, 무겁게 짓누르는 두려움에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물론 전에는 이보다 더 심한 일을 겪었을 것이다. 매일 밤 자드는 잠들기 전에 한국어로 기도를 했다. 나도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소리만 듣고 따라 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자드를 보면서 생후 6개월에 입양되는 것과 다섯 살이 다 되어 입양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깨달았다. - 권지현의《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중에서 - * 새끼 오리들이 부화된 뒤 처음 만나는 대상을 어미로 알고 졸졸 쫓아다니는 현상을 '각인'(imprinting)이라 합니다. 인간도 어릴 적 어떤 각인이 일어났는가에 따라 평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모국어로 익혔던 기도라면, 그것이 만약 엄마 목소리의 기도였다면, 그것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