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4

맛의 말, 말의 맛 - 중면과 쫄면의 기묘한 탄생기

밀의 변신, 아니 밀가루의 변신은 무죄다. 지구인을 먹여 살리는 곡물을 꼽으라면 쌀과 밀을 꼽을 수 있는데 두 곡물은 이용 방법이 서로 다르다. 쌀은 껍질을 벗긴 후 통으로 익혀 먹는데 우리말로는 ‘밥’이라 부른다. 반면에 밀은 통으로 먹는 일은 드물고, 곱게 가루를 낸 뒤 반죽을 하여 빵으로 구워 내거나 국수로 뽑아낸다. 쌀은 음식으로 가공하고 난 뒤에도 알곡의 모습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되지만 밀은 가루가 된 뒤 반죽하여 빚고 뽑아내는 것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신을 하게 되니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어느 쪽이든 결국은 각각의 곡물이 가진 특성을 살려 가공하는 것이니 좋고 나쁘고를 논할 문제는 아니다. 밀가루를 이용한 음식으로는 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국수 또한 이에 못지않다. 밀가루를 반죽해..

맛의 말, 말의 맛 - 잡스러운 곡식의신분 상승

‘혼분식’이란 말이 널리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무언가를 섞어 먹는다는 ‘혼식(混食)’과 가루를 먹는다는 ‘분식(粉食)’이 합쳐진 말이다. 쌀이 귀하던 1970년대 후반까지 장려 운동을 벌이며 널리 쓰이던 말이다. 무엇을 섞는다는 말인가? 그리고 가루는 또 무엇인가? 쌀과 같이 밥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섞는’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잡곡’을 뜻한다. 또한 곱게 빻아 낸 모든 곡물이 ‘가루’가 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밀가루’에 한정된다. 한마디로 일정 비율 이상의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먹고, 때때로 밥 대신 밀가루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잡곡’은 억울한 말이다. 한자로는 ‘雜穀’이라 쓰니 잡스러운 곡식이란 뜻이다. ‘雜(잡)’과 반..

(얼레빗 4125호) 사치한 밀국수, 이젠 흔한 음식 되어

한국문화편지 4125호 (2019년 07월 19일 발행) 사치한 밀국수, 이젠 흔한 음식 되어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5][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후기의 학자 정약용은 낱말풀이와 말밑(어원)을 적은 책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맥설(밀가루)을 진말(眞末)이라고 부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