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으로 눈물 흘리는 백자 무릎 모양 연적 하늘 선녀가 어느 해 젖가슴 한쪽을 잃어버렸는데 天女何年一乳亡 오늘에 우연히 문방구점에 떨어졌다네 今日偶然落文房 나이어린 서생들이 앞다퉈 손으로 어루만지니 少年書生爭手撫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만 주르륵 흘리네 不勝羞愧淚滂滂 이름 모를 한 시인이 쓴 연적에 관한 한시(漢詩)입니다. 원래 벼루에 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는 쓰임새로 썼던 연적을 선녀의 젖가슴으로 표현하고, 젊은 서생들의 손길에 부끄러워 눈물을 흘린다고 한 묘사가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백자 무릎 모양 연적’은 아무런 그림도, 무늬도 없는 그야말로 순백의 백자입니다. 그러나 백자 달항아리가 아무런 그림도 조각도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처럼, 이 백자 연적도 보는 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