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슬아치 16

시 한 편과 목숨을 바꾼 권필

시 한 편과 목숨을 바꾼 권필 궁궐 버들 푸르고 꽃은 어지러이 나는데 宮柳靑靑花亂飛 성 가득 벼슬아치 봄볕에 아양 떠네 滿城冠蓋媚春輝 조정에선 입 모아 태평세월 노래하지만 朝家共賀昇平樂 누가 포의 입에서 위험한 말을 하게 했나 誰遣危言出布衣 조선 중기의 시인 석주(石洲) 권필(權韠 1569~1612)의 「궁류시(宮柳詩)」입니다. 때는 광해군 시절로 유씨 가문이 득세했습니다. 무려 일가 다섯이 동시에 급제하기도 했는데 이는 소위 ‘뇌물비리’에 의한 것이었지요. 임숙영이라는 선비는 과거에서 이러한 행동을 아주 신랄하게 비판했고, 광해군은 격노하여 임숙영의 합격을 취소시켰습니다. 이를 개탄한 권필은 「궁류시」를 지었고, 이로 인해 매를 맞은 다음 유배길에 오릅니다. 그러나 권필은 사람들이 주는 이별주를 폭음하..

‘징분질욕’ 네 글자를 써서 곁에 붙여둔 강석덕

‘징분질욕’ 네 글자를 써서 곁에 붙여둔 강석덕 강석덕은 성품이 청렴하고 강개(慷慨)하고 고매(高邁)하며, 옛 것을 좋아하였다. 과부(寡婦)가 된 어미를 섬겨서 지극히 효도했으며, 배다른 형제(兄弟)를 대우하여 그 화목을 극진히 하였다. (……) 관직에 있으면서 일을 생각할 적엔 다스리는 방법이 매우 주밀(周密)했으며, 집에 있을 때는 좌우(左右)에 책을 두고는 향(香)불을 피우고 단정히 앉았으니, 고요하고 평안하여 영예를 구함이 없었다. 손수 ‘징분질욕(懲忿窒慾)’이란 네 개의 큰 글자를 써서 좌석의 곁에 붙여두고, 손에서는 책을 놓지 아니하였다. 『세조실록』 5년(1459년) 9월 10일 기사에 나오는 지돈령부사(知敦寧府事) 강석덕(姜碩德, 1395∼1459)의 졸기(卒記)입니다. ‘졸기’란 죽은 인..

<농부가>를 부르며 혹독한 삶을 이겨낸 농부들

우리 민요 가운데 가 있지요. 노랫말은 부르는 이에 따라 다양한데 “어~~화 농부님 서마지기 논빼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니가 무슨 반달이야 초생달이 반달이로다”라는 노래는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아마도 이 를 불렀던 이는 수령이나 양반들에게 다 빼앗기고 논이 반달만큼 남았었나 봅니다. 얼마나 착취를 당했으면 농사지을 땅이 반달만큼 남았는지 기가 막힐 일이겠지만 그래도 농부는 노래 한 토막으로 마음을 달랩니다. 그런가 하면 이런 노랫말도 있습니다. “어화~어화 여어루 상~사~듸이여 우리남원 사판이다 어이하여 사판인고 부귀와 임금은 농판이요 장천태수는 두판이요. 육방관속은 먹을판 났으니 우리 백성들 죽을판이로다.” 여기서 ‘사판’이란 死板, 곧 ‘죽을 판국’을 말합니다. 흔히 “이판사판이다”라고 할 때 쓰는 ..

양반을 거침없이 비꼬는 말뚝이

“이놈 말뚝아! 이놈 말뚝아! 이놈 말뚝아!” “예에에. 이 제미를 붙을 양반인지 좆반인지 허리 꺾어 절반인지 개다리 소반인지 꾸레 이전에 백반인지 말뚝아 꼴뚝아 밭 가운데 쇠뚝아 오뉴월에 말뚝아 잔대뚝에 메뚝아 부러진 다리 절뚝아 호도엿 장사 오는데 할애비 찾듯 왜 이리 찾소?” 한국 전통탈춤의 하나인 봉산탈춤 제6과장 에서 양반이 말뚝이를 찾자 말뚝이가 양반들을 조롱하는 사설입니다. 옛날 양반이나 벼슬아치들이 타는 말을 다루는 사람을 말구종이라 했고, 이들이 머리에 쓰는 것을 말뚝벙거지라 했습니다. 말구종이 말뚝벙거지를 썼다 해서 ‘말뚝이’라고 부른 듯합니다. 한국 탈춤에서 가장 중요한 배역을 말하라면 당연히 말뚝이입니다. 말뚝이는 소외받던 백성의 대변자로 나서서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대사로 양반을 거..

제4장 형태에 관한 것 제3절 접미사가 붙어서 된 말 제20항 (2)

[붙임] 그렇지만 명사에 ‘-이’ 이외의 모음으로 된 접미사가 결합한 경우에는 명사의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이러한 접미사는 결합하는 어근이 제약되어 있고 더 이상 새로운 말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고랑(← 골+ -앙) 터럭(← 털+ -억) 끄트러기(← 끝+ -으러기) 모가지(← 목+ -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