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8

(얼레빗 제4838호) 대서, 신선이 바람 한 줄기 보내주네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 가슴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았노라 옥경의 신선 벗이 나를 지성스레 생각해 주어 맑은 바람 한 줄기를 나누어 보내주었구려 무더위가 쇠를 녹인다는 말은 한여름 더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는 1940년에 펴낸 옥담 김위원(金偉洹)의 시문집 《옥담고(玉淡稿)》에 나오는 한시 ‘부채선물에 화답’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두 번째로 오는 “대서(大暑)”입니다. 사무실 안에서야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겠지만 들판에서 일을 하는 농부들이나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서와 같은 한여름은 견디기 어려운 절기입니다. 더울수록 혀끝에서는 찬 것이 당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해온 게 옛사람들의 슬기로움입니다. ▲ 무더운 여름날, ‘이열치열’..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누구에게나 당연한 문화는 없다

외국어 수업 시간에는 취미 활동을 묻고 답하는 시간이 있다. 주로 초급반에서 여가 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하면서 배운 말을 연습한다. 주말이나 시간이 있을 때 보통 무엇을 하는지 물으면 가까운 곳에서 산책을 한다거나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이야기, 또는 다양한 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때 한국어 교재에는 꼭 ‘등산’이 빠지지 않는다.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산에 가는 그림을 보는 한국어 학습자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고산지대에서 온 학생들은 ‘안 그래도 높은 데 사는데, 굳이 등산을?’이라는 얼굴을 하고, 험한 산이 많은 나라의 학생들은 ‘집 주위에 산이 얼마나 높으면?’이라며 갸우뚱한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에서 온 학생들은 ‘산에 가면 위험한 사람들을 만날 텐데 왜 산에 가느냐’고도 한다. 땅이..

young鷄 50% 할인!

복날(중복)을 앞두고, 우리 동네 슈퍼마켓에서 보낸 광고 문자가 휴대전화기에 찍혔는데, “young鷄 50% 할인!”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복날 하면 삼계탕을 빼놓을 수 없다. 삼계탕 재료로 쓰이는 작은 닭을 ‘영계’라고 하는데, 이 광고 문자처럼 가끔 ‘영계’의 ‘영’을 어리다는 뜻의 영어 ‘young’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물론 ‘영계’가 어린 닭인 것은 맞지만, 이때의 ‘영’은 영어 ‘young’에서 비롯한 말이 아니라, 한자 ‘연할 연(軟)’ 자의 발음이 변해서 생긴 말이다. 병아리보다 조금 큰 어린 닭은 육질이 연해서 ‘연계’라 하다가 ‘영계’로 굳어졌다. 또는 약으로 쓴다 해서 ‘약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계’가 오늘날 ‘영계’로 변한 것은 발음이 닮은 데에도 그 까닭이 있..

(얼레빗 4127호) 오늘은 대서, 무더위ㆍ된더위는 다른 말

한국문화편지 4127호 (2019년 07월 23일 발행) 오늘은 대서, 무더위ㆍ된더위는 다른 말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27][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은 24절기의 열두째 “대서(大暑)”입니다. 대서라는 말은 ‘큰더위’를 뜻하고 있는데 한해 가운데 가장 더운 때로 속담에서는 "염소뿔이 녹는..

6월 1일 - 무더운 여름의 시작을 이열치열로 다스립니다

6월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달입니다. 예부터 무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내기 위해 우리 겨레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복날이면 뜨거운 삼계탕 따위로 몸보신을 했고, 양반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도왔지요. 그 까닭은 무엇일까요? 여름철이면 우리 몸..

(얼레빗) 3349. 오늘은 말복, “나락 크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

날마다 쓰는 한국문화 편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다른 얼레빗 모두 보기 단기 4349(2016). 8. 16. 오늘은 복날의 마지막 말복(末伏)입니다. 복날에는 보신(補身)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지요. 특히, 개를 잡아서 개장국을 만들어 먹거나, 중병아리를 잡아서 영계백숙을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