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가 6

(얼레빗 제4901호) ‘심청가’ 중 가장 많이 불리는 <범피중류>

“범피중류 등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헌 남은 소래, 어적이언마는 곡종인불견에 수봉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고수난 날로 두고 이름이라.” 위는 판소리 가운데 ‘범피중류’ 대목 일부입니다. 이 부분은 심청이가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몸이 팔려 배를 타고 임당수로 가며 좌우의 산천경개를 읊는 부분이지요. 느린 진양 장단 위에 얹어 부르는 그 사설이나 가락이 일품이어서 많은 사람이 즐겨 듣고 있고 또한 부르는 대목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이 부분은 가락이 멋스럽고 흥청거리는 대목으로 88서울 올림픽 개막식에서 김소희 명창 외 여러 명이 배를 타고 불러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습니다. ▲ 2..

건강과 풍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2021년 《한국민속상징사전》(호랑이 편)에 이어 2022년 ‘토끼 편’을 펴냈다. 이 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사업의 하나로 2023년 계묘년 토끼해를 맞이해 ‘토끼띠 학술강연회’, ‘토끼띠 전시’와 연계하여 토끼의 문화적 상징성과 더불어 학술 값어치를 총망라한 민속상징 백과사전이다. 토끼의 생태부터 세시풍속ㆍ설화ㆍ노래ㆍ속담ㆍ유물에 관한 해설까지 풍성하게 수록하여 토끼의 상징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 《한국민속상징사전》 ‘토끼 편’ 표지와 내지 □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토끼 인류의 번창으로 숲을 벌채하면서 토끼의 서식처로 초원이 형성되었고, 그에 따라 개체 수가 늘었다. 그래서 토끼는 5만 년 전부터 인류의 사냥감으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으며, ..

재미있는 우리 속담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속담은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적으로 인식하는 내용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과정을 통해 갈무리된, 공동체적 지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연행되거나 전승되는 모든 종류의 텍스트에 속담이 쉽게 끼어 들어 가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판소리’가 있지요. 판소리는 양반가의 사랑방에서 향유되기도 하고 라디오나 레코드판에 실려 전승되기도 했지만, 연행과 전승의 핵심은 거리의 판놀음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숱한 말과 노래와 이야기들이 광대들의 사설 엮음을 통해 판소리로 흘러들기도 하고 판소리의 유명한 대목이나 흥미로운 표현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시 시정의 일상 문화 속으로 스며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판소리에는 일상적인 말의 문화가 남긴 흔적으로서, 다..

(얼레빗 4441호) 처음 보는 풍경에 벅찬 판소리 “고고천변”

“치어다보니 만학천봉이요, 굽어다보니 백사지로다. 허리 굽어진 늙은 장송, 광풍을 못 이겨 우쭐우쭐 춤을 출 제, 원산은 암암, 근산은 중중, 기암은 촉촉, 뫼산이 울어,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주르르르르, 저 골 물이 콸콸, 열에 열두 골 물이 한데 합수쳐 천방자 지방자 얼턱져 구비져 방울이 버끔, 저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쾅쾅 마주 쌔려” 위는 “고고천변일륜홍”으로 시작하는 판소리 “고고천변” 한 대목입니다. 이 사설은 별주부가 처음으로 수궁 밖을 벗 어나 용왕의 병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러 세상으로 나오는데 풍경이 모두 새롭고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벅찬 느낌을 담은 것입니다. “시내는 푸른 산을 돌아 이 골 물은 주르르르르, 저 골 물은 콸콸, 열두 골 물이 합쳐져 구비져서 물방울..

(얼레빗 4279호) 박초월 명창의 뛰어난 음악성 3대를 이어가

몇 년 전 KBS ‘불후의 명곡’ 프로그램에는 국가무형문화재 조통달 명창과 그의 아들로 가요계의 한 획을 그은 가수 조관우 그리고 그의 아들 피아니스트 조현까지 3대가 함께한 무대가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관우는 어려서 이모할머니로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춘향..

(얼레빗 4202호) 판소리 여섯마당을 정리한 신재효

우리 겨레의 전통예술 가운데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이며,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오른 판소리가 있습니다. 소리꾼이 고수 장단에 맞추어 창ㆍ아니리ㆍ발림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엮어가는 극적 음악이지요. 본래 열두 마당이었으나 지금은 &lt;춘향가&gt;ㆍ&lt;심..